수원교구는 설정 5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복음화’를 향해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교구는 설정 50주년을 보내며 내·외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교구 중점 사목에 대한 신학적·사목적 연구와 기획 등도 다양하게 진행해왔다. 하지만 설정 50주년을 기념하며 진행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기존에 늘 해왔던 고민과 진단, 대안제시 등의 반복은 아니었는지 냉철히 살펴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복음화 노력들에 대한 신학적 검증과 사목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에도 더욱 힘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새로운 복음화’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적인 세상살이 안에서 신앙인으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실천을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교육과 사목활동은 ‘교회 안에서의 삶’에는 비중을 두고 있지만, ‘세상 안에서의 삶’에는 능동적인 관심이 덜한 것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인 삶의 방식과 의미를 찾아가는 노력이 더해지지 않은 사목은 자칫 공허한 울림이 되어버릴 수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
현대인들의 신앙코드는 ‘신앙과 문화의 복합적 만남’으로 축약할 수 있다. 교황 바오로 6세 또한 사도적 권고 ‘현대의 복음선교’를 통해 “복음과 문화의 괴리는 틀림없이 우리 시대의 비극”이라며 “복음 선교가 지역, 시대, 사람에 따라 다양한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신앙의 문화화’를 독려한 바 있다.
‘문화사목’은 신앙이 삶의 전반, 다시 말해 문화에 스며들 수 있도록 돕는 사목적 활동과 방법, 이론 등을 포괄한다. 특히 현대사회 안에서는 문화를 ‘도구’삼아 선교하는 것 이상으로 문화를 올바로 식별하고 비판하고 정화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를 넘어 ‘영성의 세기’로 표현된다. 반면 수원교구 안에서는 ‘문화 영성’ 즉 문화를 영성과 연결시켜 논의하는 장이 여전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설정 50주년을 기념하는 이 해에 교구는 우선, 현재 교구의 모습이 어떠한지, 어디쯤 서 있는지 돌아보고 역할을 재정비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수원교구는 규모 면에서는 한국교회에서 두 번째의 위상을 자랑하지만, 한국교회에 끼치는 영향, 아시아교회 안에서 담당하는 역할, 나아가 보편적인 세계 복음화를 위한 노력 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먼저 교구민들이 보다 탄탄한 자부심과 소속감을 갖도록 이끌고, 나아가 수원교구를 대내·외적으로 변별력있게 인식시킬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 50년이라는 역사의 흐름에서도 ‘수원교구’라는 이름과 함께 연상되는 트레이드마크 즉 특화된 사목이나, 인물, 교회사적 상징 등을 발굴하는 노력은 다른 사목적 노력에 비해 덜했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교구가 바라는 것만이 아니라 교구민들이 바라는 것을 면밀히 연구, 교구민들을 ‘감동’과 ‘참여’의 삶으로 이끄는데 더욱 힘을 실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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