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는 8월 20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 교구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시국미사는 수도자와 신자 등 600여 명이 참례한 가운데 봉헌됐다.
미사에서 이 주교는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으로 인해 벌어진 혼란의 상황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진상규명과 아울러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 주교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하느님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우리 교구는 사회와 나라가 믿음·사랑으로 평화롭게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이 미사를 봉헌한다”며 “국가와 국민을 불안케 하는 국가정보원의 바람직스럽지 못한 행태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사태를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대승적 지혜로 풀어내어 하루 빨리 나라와 사회가 안정을 찾고 국민이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힘써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이 주교는 “자정 능력을 상실한 국정원의 불법행위에 대해 의식 없는 뇌사상태나 다름없는 국회와 백성의 눈·귀·입의 역할을 해야 할 대중 언론마저 이를 묵인하고 있다”며 “진리 자체이신 주님께 정의·진실이 바탕이 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간구하자”고 청했다.
이날 미사의 강론을 맡은 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정의가 없는 국가는 강도떼와 같다’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을 인용해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명백히 밝혀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요청한 그는 “우리는 복음적 식별에 따른 시대적 징표를 읽을 줄 알아야 하며 세상 안에서 복음적 식별을 갖고 하느님 나라를 건설해야 하는 교회는 분명히 그릇된 것에 있어서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주교는 “우리가 시대의 표징을 올바로 식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냐의 차원과는 다르며, 이는 간추린 사회교리 제60항의 ‘교회는 사회에서 결정되고 이뤄지고 겪고 있는 일들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내용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며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자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우리 시대를 위해 어떻게, 무엇을 행해야할지 하느님께 지혜를 청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미사 끝에는 ‘너희는 정의, 오직 정의만 따라야 한다. 그래야 너희가 살 수 있다’(신명 16,20)를 주제로 전임 교구장 최덕기 주교를 비롯한 사제(305명), 수도자(322명)들의 시국 선언문이 발표됐다.
선언문에서 사제단과 수도자들은 현 세태를 바라보며 신앙의 양심과 경고를 담아 정부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통령의 사과와 국가정보원 개혁, 주요 언론사들의 공정 보도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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