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제가 가진 장애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보다는 제가 갖고 있는 끼, 독특함을 바라봐 주시면 좋겠어요.”
케이블TV 모델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도전수퍼모델코리아’에 청각장애인 도전자가 출사표를 던지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서영채(사비나ㆍ22ㆍ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씨가 그 주인공. 모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번 도전에 나선 서씨는 여느 도전자와 마찬가지로 워킹 테스트, 심층 면접 등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통과해 최종 30인 안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촬영감독과 멘토의 즉각적인 요구를 따라야 하는 현장에서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고 뜻을 이해하고, 수화로 의사소통 해야 하는 서씨는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하는 민첩함으로 큰 문제없이 미션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특히 ‘끈질긴 근성’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화 촬영 도중 갑자기 구토를 하는 등 컨디션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 서씨는 잠깐 쉬고 있으라는 제작진의 권유도 마다하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며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방송 직후 공식 홈페이지와 SNS에서는 “장애를 이겨내고 자신의 꿈에 도전한다는 것이 무척 멋지다. 끝까지 응원하겠다”, “외모뿐만 아니라 근성까지 대단한 걸로 보아 앞으로의 난관도 잘 헤쳐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등 그를 향한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다.
서씨가 세례를 받은 것은 서울애화학교를 다니던 2006년이다. 그는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주일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열심한’ 학생이었다. 서씨를 가르쳤던 주일학교 교사 이윤희(우술임 수산나)씨는 그를 ‘교리공부에 착실했던 얌전하고 예쁜 학생’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축제나 발표회 등에서 그의 끼는 유감 없이 발휘됐다. 연극활동이나 장기자랑은 언제나 그의 독무대였고, 친구들과 함께 패션쇼를 열어 무대 위에 직접 오르기도 했다.
좌우명을 묻자 서씨는 불쑥 자신의 휴대폰 바탕화면을 보여줬다. 그의 휴대폰에는 ‘꿈을 기록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던 적은 없다. 꿈을 실현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라는 사진작가 만레이가 남긴 명언이 적혀 있었다. 그는 “실천을 중요하게 여기는 제 가치관을 잘 표현한 말”이라며 “하느님 안에서 작은 도전들을 통해 꿈을 이뤄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제 시작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프로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기도로써 많이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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