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발언대에 글을 올리려고 하니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군요. 지난 2004년, 양지본당에서 분가해 백암본당으로 승격, 설립됐을 때의 심정은 마치 올림픽 경기장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기뻤습니다. 우리 신자 모두는 함성과 함께 앞으로 신앙생활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전신자가 보온덮개 하우스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찜통 더위와 혹한기 추위를 견뎌내며 ‘성당을 건축해야겠다’는 다짐을 거듭했습니다. 그래서 3년여 동안 남녀노소가 일체가 돼 휴경지를 찾아 콩, 고구마, 감자 등을 재배해 매각한 돈으로 건축헌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금의 아담한 성당을 신축하게 돼 즐거운 마음으로 미사에 참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쉽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는 전신자가 무엇인가를 꼭 해야겠다는 목표와 공동체의 일체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마치 ‘할 일을 다 했으니 무엇을 할까’하는 나태, 또는 무관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물적인 것이 아니라 영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생각과 꿈이 다르고, 행동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일치를 이루고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느님께 봉사한다는 마음이야 같겠지만, 본당에서 여럿이 어떤 일을 하다보면 의견이 충돌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언동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골이 깊어지게 되는 일이 가끔 벌어지곤 합니다.
미사 때마다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 “거룩한 삶을 살아가자. 서로 사랑하며 생활하자”는 말씀을 수없이 들었지만 그때만 마음속으로 끄덕이며 다짐을 했지, 성당 문을 나오게 되면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서서 세속에 물들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느님께 “이 일을 어찌하오리까?”하고 고백할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이렇게 나 자신이 약해질 때마다 하느님의 계명을 떠올리게 됩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이 거룩한 삶이요,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모두의 삶은 겸손과 온유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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