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거쳤지만, 또한 전통문화와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며 성장해왔다. 국내 성지들은 이 과정에서 다수 생겨났다.
한국교회 고유의 순교영성은 17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찾아볼 수 있다.
1791년 윤지충과 권상연이 순교한 직후부터, 신자들은 순교자들의 유품과 유해를 적극 보존하며 그들의 뜻을 기렸고, 이후로도 성인전 등을 통해 신앙의 모범을 지속적으로 알려갔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공식적인 순교자 현양 활동의 불을 지핀 것은 순교자 79위 시복식이었다. 1918년 순교자 79위 시복식을 앞두고 한국 신자들은 자발적인 순교자 현양운동에 돌입했다. 이어 1925년 79위 복자가 탄생하자 한국교회는 각 본당별 현양운동도 권고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 고유의 성월인 ‘순교자성월’의 전신이 제정된 것도 바로 이 시복식이 계기가 됐다. 한국교회는 시복식이 끝난 이듬해부터 복자들이 가장 많이 순교한 9월 26일을 ‘한국 치명 복자 79위 첨례’로 정한 바 있다. 이어 1939년 기해박해 순교 100주년을 앞두고도 전 교회 차원의 현양운동을 전개했고, 1940년에는 9월을 ‘복자성월’로 정해 공식적인 순교자 현양에 힘을 실었다.
성지순례는 1946년 발족한 한국천주교순교자현양회가 순교지 새남터를 매입, 현양탑을 세우면서 본격적인 물꼬를 텄다. 연이어 절두산과 치명자산 성지 등 주요 성지들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각 교구별로 다양한 순교신심 행사를 마련하면서 순례에 대한 관심 또한 성장해왔다.
1984년 103위 순교성인의 탄생은 신자들의 자발적인 현양운동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시성식을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대대적인 성지개발을 통한 현양운동이 꾸준히 이어졌다.
현재 국내에는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위원장 옥현진 주교)가 성지순례를 책자를 통해 소개한 성지 111개를 비롯해 총200여개의 크고 작은 성지들이 개발됐거나 개발 진행 중에 있다. 현재 시복시성을 추진 중인 순교자들과 관련해서도 성지 조성이 이루어지면, 각 순교자의 삶을 기리며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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