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야 천천히 걸어야지. 선생님이랑 같이 가요.”
지난 8월 31일 오후, 이래영(마리나·43·수원교구 안산성마르코본당)씨가 뇌병변 장애를 가진 송윤서(9)양의 뒤를 따르며 챙겨준다. 이씨와 송양은 안산 본오종합사회복지관(관장 강성숙 수녀) ‘Co-Family’(코패밀리) 프로그램으로 맺어진 사이다. 이씨는 지난 1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송양을 만나왔다.
‘Co-Family’는 장애 자녀를 둔 가정과 비장애 가정이 결연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비장애 가정에서 결연 가정의 장애 자녀를 하루 동안 맡아 돌봐줌으로써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준다. 윤서를 맡겨 놓은 동안 윤서 엄마 최은정(35)씨도 잠깐의 여유를 얻는다.
“평생 우리 윤서랑 붙어있을 수는 없으니, 이렇게 잠시라도 외부와 맞춰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한 달에 한 번 큰 아이와도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더 감사하지요. 우리 윤서도 매번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보면 참여하길 잘한 것 같아요.”
복지관 문을 나서며 최씨와 언니 현서(10)양과 인사를 나눈 송양이 이씨로 집으로 향했다. 이씨의 집에는 이씨의 아들 임종서(라파엘·13)군이 송양이 좋아하는 콘솔 게임기(모션 게임기)를 꺼내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자주 같이 놀아주지는 못하지만 만나면 게임도 같이하고 재밌게 보내지요. 윤서랑 놀다보면 마치 여동생이 새로 생긴 것 같아요.”
이씨는 배가 고프다는 송양을 위해 음식을 내어주고, 함께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느 가정의 주말 풍경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송양도 어느새 긴장을 놓고 웃음꽃을 피운다.
“선생님 저 게임 잘해요. 오늘도 내가 다 이길 수 있어요~!”
3년 전, 송양과 같은 장애를 가졌던 아들을 잃은 이씨는 송양을 통해 또 다른 사랑을 나누고, 또 배우고 있다.
“윤서의 밝은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도 밝은 에너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잠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맡겨 놓는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다. 송양과 함께 하루를 보낸 이씨가 오후 5시, 송양을 다시 최씨에게로 데려다 주고는 말했다.
“장애 자녀를 다른 이의 손에 맡기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장애 자녀의 부모님들께서 윤서 어머니처럼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Co-Family’에 함께하셨으면 좋겠어요. 비장애 가정 역시 마찬가지였으면 합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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