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본문 : 2테살 3,11-12】
“… 여러분 가운데에 무질서하게 살아가면서 일은 하지 않고 남의 일에 참견만 하는 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 묵묵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벌어먹도록 하십시오.”
고대 교회에는 기도파 또는 메살리아파라고 불리던 극단적인 금욕주의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완덕은 끊임없는 기도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성사는 영적 완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금 저는 우연히 생각나서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곤궁한 사람들에 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주제넘게 파고드는 사람들이 많아 하는 말입니다. 그들은 곤궁한 이들의 혈통, 습관, 직업, 체력을 심사합니다. 그들은 이것저것 따지며 … 대대적으로 공개적인 건강 검사를 요구합니다. … 여름에는 그런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는 것이 끔찍하긴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서리가 내리는 추운 계절에 그런 야만적이고 잔인한 심판관이 되어 일이 없는 이들에게 아무 관대함도 베풀지 않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 잔인한 일 아닙니까? 그들은 ‘바오로 사도가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법으로 명령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합니다.
여러분도 이런 말을 들을 테니, 바오로 사도의 말을 가난한 자들에 대해서만 적용하지 말고 여러분 자신에게도 적용해 생각해 보십시오. … 부담스럽고 괴로울 말을 좀 하겠습니다. 들으면 여러분이 화를 내겠지만 그래도 하겠습니다. 여러분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잡기 위해 말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게으르다고 비난합니다. … 그러면서도 우리 자신은 게으름보다 훨씬 나쁜 일들을 자주 합니다. … 그러니 여러분은 … 먼저 자기 자신과 대화하십시오. 가난한 이들에게만 그렇게 말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 바오로 사도는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는 말만 한 것이 아니라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낙심하지 말고 계속 좋은 일을 하십시오”라고도 하지 않았습니까?(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자선」 10,6,23-24)
신앙을 핑계 삼는 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기도에만 전념하는 척하면서 … 신심으로 포장하고 그것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잘못 생각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시간 있을 때마다 일했던 거룩한 사도들보다 우리가 더 훌륭하고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위해 온 힘을 다 썼다’고 말해 보라고 하십시오. … 교회는 이런 이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수도원에서 조용히 사는 이들이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노동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는 이가 다른 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일하는 것은,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의 노동으로 과부와 고아들 그리고 몸이 약한 형제 수도승들까지 도와줄 수 있으니 말입니다.(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 「서간집」 83,7)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
노동하는 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 ”(마태 25,35)라는 주님 말씀에 담긴 뜻을 이루기 위해 임무를 실천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만족보다 곤궁한 사람을 돕는 일을 앞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기만 사랑한다는 비난도 듣지 않을 것이며 형제애를 실천한 상으로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고 말씀하신 주님께 복을 받을 것입니다.(대 바실리우스 「대 수덕집」 (긴 규칙서) Q,42,R)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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