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도소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자신이 세례자 요한이며 탈북자임을 밝히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내용이었다.
“교구 설정 50주년 통일사목연구소 개소를 하느님 안에서 축하드립니다. 북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저 또한 신부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들 모두 꼭 주님 안에서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교회 안에서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도소에도 많은 새터민 동지들이 수감 중 입니다. 저마다 거창한 통일 슬로건을 내걸고 풍악을 울리는 데 가슴이 없더군요. 통일을 바라는 새터민들은 늘어나는데 관심조차 외면 속에서 고통 받네요. 주님께서 걸어가신 14처의 고통을 너희도 당해봐야 한다는 식입니다. 작은 겨자씨 한 알도 소중히 여기는 창조주의 섭리를 외면하면 남북, 북남통일도 없는 무력통일만 있을 뿐입니다. 2만5천명의 새터민 형제들을 배척한다면 생존의 길에서 선택은 되돌아가고 싶은 혁명으로서의 정신일 것입니다.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무기는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어야 하는데 요즘 가톨릭의 선교 방식은 통일을 가장한 빈 수레와 같더군요. 냄비 근성이 다분한 대북연구소도 참 많네요. 초등과정도 이수하지 못하고 젖병조차 빨아보지 못하고 내려온 새터민 수형자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개신교는 1년 전부터 새터민정착지원협회라는 교정업무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신부님 힘내세요. 힘을 내세요.”
아직도 답장을 쓰지 못했다. 편지 내용은 사실이며, 돌봄이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탈북자 사목의 사각지대를 지적한 그의 편지는 마음 한 쪽에 날카롭게 박혀있다. 편지에 숨겨진 무례함과 읽기 불편함에서 사목적 배려가 얼마나 절실한지 느낄 수 있다. 탈북자 사목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는 나는 오늘도 “함께해 달라”고 편지를 쓰고 있다. 돌봄의 손길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다. 편지에서 말하는 교정업무 지원 사업을 시작해야겠다.
예수님께서는 질책하시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는 죄짓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으로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셨다. 잘 정착한 이들도 있지만 실패, 좌절을 맛보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한편, 나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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