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 위기담론의 주된 요인은 표면적으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비활성화에 있다. ‘약한 유대’와 ‘개인주의적 생활양식’은 ‘세속화된 교회사회’에서라고 예외가 되진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교회의 사회적 관계망 내에서의 정신적, 영성적 그리고 사회적인 지지를 원하는 사람들의 바람과 그 현실은 꽤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시행되는 소공동체 프로그램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 공동체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식은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 속에서 경험하는 영성적 빈곤과 사회적 관계의 궁핍함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종교는 여전히 의미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공동체 운동과 공동체적 형태의 삶은 세속화된 교회와 세속사회 양쪽 모두에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의 소공동체 운동은 일반적인 공동체나 세속화된 교회모델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들의 종교적 열정과 체험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근본적으로 하느님 계시로서의 친교 자체를 성취하기 위한 목적성을 갖는다. 친교의 공동체는 성직자, 지역봉사자, 반구역 성원 모두가 본당과 소공동체의 현안을 복음에 비춰보며 의사결정을 밟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의식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소공동체 운동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합리적이고 관료적인 본당중심 교회에서 체험중심적이고 공동체 규범이 지배하는 소공동체 중심교회로의 이행 노력이, 한국 소공동체 사목의 운동적 기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평가는 소공동체 운동이 여전히 본당 중심 교회와 소공동체 중심 교회의 양 극단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게다가 소공동체는 마치 신자들의 다양한 신앙적 취향 중 하나인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현재 수원교구 소공동체는 지루한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형식의 차원에서는 복음나누기를 위한 인원수 제한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인원수에 대한 규범적 제한은 공동체를 더 폐쇄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또 콘텐츠 차원에서 생활밀착형 공동체로 성장하기 위해 채택하고 있는 복음나누기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호응도와 자발적인 참여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복음나누기를 넘어설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실제 이웃마을 공동체로 확장될 수 있는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공동체는 단순한 신앙나눔 그룹으로 머물러서는 안 되며 생활공동체가 돼야 한다.
아울러 교회의 소공동체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 공동체를 지배하는 원리는 성원들의 주도적 참여와 수평적이고 형제적인 연대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교구는 평신도 영성과 리더십교육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평신도들이 보다 분명한 교회의식과 비전을 인지하고 마을과 지역을 그리스도교화하는 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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