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가톨릭농아선교회. 청각장애인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단체다.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이 선교회를 위해 창립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봉사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안민기(스테파노·50·교구 가톨릭농아선교회 봉사자회장)씨다.
안씨가 청각장애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80년대 중반이다. 병원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던 그는 원무과에서 옥신각신하며 애를 쓰다 결국 그냥 돌아가는 사람을 봤다. 동료직원에게 물으니 청각장애인인데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았고 수화를 할 줄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수화만 할 수 있었더라면!’
안씨는 그 사람이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그게 가톨릭농아선교회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선교회가 생길 당시에는 농아모임은 있었지만 정작 신자들은 거의 없었어요. 수화로 교리를 가르쳐줄 사람이 없으니 세례를 받을 수 없었고 교리공부를 했더라도 본당에 가면 말이 통하지 않으니 세례를 받을 수 없었죠.”
청각장애인을 위해 봉사를 결심한 안씨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바로 ‘선교’였다. 세례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고(故) 김창린 신부를 찾아가 허락을 받고 교리를 시작했다. 그렇게 청각장애인들이 세례를 받았고 견진성사를 받는 이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교리를 해주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수화를 할 수 있는 사제가 없었기에 미사를 비롯한 전례에도 수화통역이 필요했다. 지금은 선교회의 활동으로 현재 화서동·중앙·성남동·여주·안산성요셉·철산본당 등에서 매주 수화통역미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안씨에겐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다.
“물적인 지원보다도 영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수화를 할 수 있는 전담사제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갖춰진 성당이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수화통역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봉사자로서는 교회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미사나 전례 등과 같이 예식서가 있는 경우에는 미리 공부하면서 통역을 준비할 수 있었지만 강론이나 교육에서는 동시통역이기 때문에 사제의 말이 빠르거나 바로 통역하기 어려운 교회용어 등이 있으면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좋은 것은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을 하는 사제가 직접 수화를 하는 것이었다.
안씨의 가장 큰 바람은 수화를 하는 사제가 나는 것이지만 또 다른 바람은 평신도 봉사자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수화를 못하면 봉사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에 봉사자 모집이 쉽지 않은 것이 큰 안타까움이다.
“다른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청각장애인도 도울 수 있습니다. 사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같이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도울 수 있는 것은 많거든요. 마음을 열고 친구라고 여길 수 있다면 누구든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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