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한 번도 자기 힘으로 일어서 본 적이 없는 조정빈(로사·서울 등촌3동본당)양은 22살이지만 아직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현재까지 10년 넘게 어머니 고민숙(아녜스·57)씨가 정빈양을 휠체어에 태워 등하교 시켰다. 다른 학생들에게 장애인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것이 싫어 휴학을 하다 최근 고3에 복학해 마지막 학년을 다닌다. 지난 주 학교 친구들은 수학여행을 떠났지만 조양은 가지 못했다.
조양은 두 다리와 오른손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육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뇌성마비 1급으로 발음이 부정확하고 사고능력 또한 초등학생 수준 정도다.
“갓난아기 때 몸에 열이 나는 걸 어른들이 감기로만 여겼고 돈이 없어 병원 치료를 못 받아 이렇게 됐어요.”
집안에서 대소변도 어머니와 고령의 외할머니 김다선(마리아·84)씨가 받아주고 있고 밥도 먹여줘야 한다. 조양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외할머니와 어머니, 조양이 살고 있는 서울 등촌3동 10평(33㎡) 될까 말까한 영구임대아파트는 살림살이들이 쌓여 있는 공간을 빼면 사람이 앉고 일어서기도 불편할만큼 비좁다.
조양이 장애아라는 사실을 알자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을 하고 가정을 버려 조양은 아버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머니는 이혼 후 무남독녀 조양을 24시간 돌보느라 직업을 가질 수가 없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가난은 조양 가족의 헤어날 수 없는 숙명이 된 지 오래다. 조양 가족의 수입은 어머니가 받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조양 앞으로 나오는 장애인수당이 전부다. 세 가족이 당장 하루 세 끼 식사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조양의 외할머니는 “사는 꼴이 말이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조양이 최소한의 자립을 위해 시급히 필요한 것은 육체적, 정신적 재활치료지만 극빈의 가정형편으로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조양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께 버림받고 청소년 시절 친구도 없이 외롭게 지내왔다”며 “치료를 받아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딸의 재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일용직 일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는 어머니 역시 20년 넘게 조양을 키우고 병수발 하면서 몸이 성한 데가 없고 우울증까지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조양의 어머니는 “정빈이가 밖으로 이동할 수 없어 심리·인지 치료와 물리·작업 치료 등을 받으려면 방문교사를 집으로 불러야 하는데 도저히 형편이 안 된다”며 “엄마로서 정빈이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건강해진 모습을 보는 것이 유일한 꿈”이라고 말했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702-04-107881
농협 703-01-360446
국민은행 801301-01-584914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