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설정 50주년 새터민 희년과 민화위센터 축복식을 봉헌했다. 많은 봉사자와 북한이탈주민들이 참석했다. 보편지향기도와 축사를 북한이탈주민들이 맡은 것을 보고, 북한에서도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자들과 오랜만에 만나 서로 반가워하는 모습에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번 ‘나는 왜 이 일을 할까?’라고 질문했었다. 이는 나보다 먼저 살았던 부모와 많은 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고, 그것을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갚고 있는 것뿐이다.
행사 당일 미사와 점심식사, 북한이탈주민들로 이뤄진 예술단의 공연, 노래자랑 등이 마련됐다. 즐겁게 관람하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그들의 모습이 좋았다. 모두들 다음을 기약하며 추석선물과 노래자랑 상품을 손에 들고 웃으며 떠나갔다.
그때 데레사 자매님이 고해성사를 청했다. 북한을 떠나 중국에 머무는 동안 세례를 받은 자매님은 안성 하나원에서도 미사에 임하는 모습이 남달랐다. 겸손한 모습으로 고해성사에 임하는 자매님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선포하신 기쁨의 축제를 보내는 참모습을 발견했다.
미사를 봉헌한 그 많은 사람들 중 데레사 자매님은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을 더욱 많이 받으신 분이 분명하다. 즐겁게 떠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뒷모습에서도, 가던 길을 돌아와 고해성사를 청하고 떠나는 데레사 자매님의 모습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사제로 사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불필요한 비판과 비난, 내 중심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 늘어간다. 한 번 결심하고는 두 번 부족함을 보이니 걱정이다. 일방적 모습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제이며 신자임을, 부모이며 자녀임을, 교사이며 학생임을 알아야 겸손해지며 양방적 모습을 잃지 않아야 감사할 줄 안다고 했음에도 늘 부족하다. 데레사 자매님의 모습에서 축제를 즐길 줄도, 겸손 되이 감사함을 고백할 줄도 아는 모습을 봤다.
북한이탈주민들 안에서 더 많은 데레사 자매님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들에게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감사함의 열매로 맺어지길 바라며, 북한에 있는 주민들에게도 자유로운 신앙의 선택과 신앙생활이 보장되기를 기도한다. 북한 땅에서도 언젠가 진정한 축제를 즐기는 이들을 만날 날을 고대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