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는 에덴동산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주 하느님께서는 동쪽에 있는 에덴에 동산 하나를 꾸미시어, 당신께서 빚으신 사람을 거기에 두셨다. 주 하느님께서는 보기에 탐스럽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를 흙에서 자라게 하시고, 동산 한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셨다.”(창세 2,8-9)
▲ 화가는 낙원을 표현하기 위해 에덴동산에 있는 다양한 소재를 한 자리에 모았다. 에덴동산에서의 아담과 하와.
작은 정원에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을 피우는 화초가 많이 있다. 일 년 내내 제자리에 서 있는 나무와 달리 화초는 자신에게 맞는 가장 좋은 때를 골라 꽃을 피우다가 미련 없이 사라진다. 화초는 짧은 시간 꽃을 피우다가 시들어 버리면서도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준다.
우리 성당의 주차장은 시멘트나 벽돌이 아니라 자갈로 덮여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 물이 많았던 지역이었기 때문에 주차장을 자갈로 덮어 배수가 잘되도록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갈이 주차장 밖으로 밀려 나가면서 곳곳에 작은 웅덩이가 만들어져 비가 오면 질퍽거리곤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가을에 주차장을 단장하였다. 집채만 한 커다란 트럭이 새 자갈을 가득 싣고 와서 주차장에 쏟아 부었다. 신자들은 삽을 들고서 자갈을 주차장 바닥에 골고루 깔았다. 마침 자리에 있던 아이들도 주차장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올봄에 주차장의 한쪽 자갈 사이에서 작은 풀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 풀의 씨앗이 자갈의 틈에 끼여 성당의 주차장으로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풀이 낯설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없었다. 풀이 조금 자란 후에 관찰해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맨드라미였다. 맨드라미는 비름과의 일년초로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인 관상용 식물이다. 아주 오래전에 시골에서 살 때 보았던 맨드라미 몇 포기가 척박한 자갈 틈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아무도 눈길이나 사랑을 주지 않았지만 생명은 그처럼 강인하게 자라고 있었다. 성당을 오가는 자동차에 여린 맨드라미가 손상될 것 같아서 주차장 옆에 있는 작은 정원으로 그것들을 옮겨 심고 자주 물을 주었다. 무더웠던 올여름에 맨드라미는 보살핌에 감사하듯이 닭의 볏 모양처럼 생긴 빨간 꽃을 피웠다. 초가을로 접어든 지금도 정원에는 맨드라미가 아름답게 피어있다. 작은 정원에 피어있는 그 꽃을 보면 생명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