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평양은 언제 건축, 보수를 했는지 모를 낡은 회색 도시였다. 그 안의 사람들을 봤다. 삶의 질이 나은 곳이 저 정도라면, 혜택 없이는 어느 정도일까 상상이 가능했다. 2011년 개성은 기억 저 너머의 시골 마을이었다. 뛰노는 아이, 전형적인 시골집과 달리 붉은색 구호판들을 보고서야 그곳이 개성임을 실감했다. 반듯하고, 최신식 가옥구조와 기기들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구호 속에 갇힌 폐쇄된 공간에서의 삶에 대해 말하고 싶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이 보장되는 것을 우리는 인권이라고 말한다. 인권에 근본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이들이 있는 땅, 북한을 직접 갈 기회가 있었다. 한결같이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다고 했다. 주어진 상황 속 강요된 몇 가지 중의 선택은 자유를 가장한 억압이다. 평양, 개성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인권상을 봤다.
평양 금성학교를 방문 때 배웅하던 꼬마아이 손에서 초겨울 추위뿐 아니라 마음 속 추위도 느껴졌다. 지원 목적으로 한 인민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장이 환자들을 위해서 약을 청하는 모습에 오히려 진정성이 느껴졌다. 또 탁아소 원장이 당국자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급식용 그릇을 부탁하며 주방으로 안내하던 모습에서 도움을 원하는 그들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하지만 당국자들은 주방 접근을 막았다. 개성에 밀가루와 어린이 이유식을 가져갔을 때 물건이 기차역을 떠나기 전 어디서 왔는지 군인, 관계자들이 몫을 챙기려는 듯 분주한 것을 보며 한심하기도 했다.
평양, 남포, 개성 방문 기억 속 안타까운 순간은 전부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접근을 막는 북한 당국자들, 방문을 막는 한국 당국자들이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노력을 잘 받아주길 바라본다.
누적 이동수 수천만명이라는 추석. 북한 주민들에게도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이 허락됐으면 좋겠다. 추석연휴 한 북한 이탈주민이 아이를 데리고 찾아왔다. 단둘이 추석을 보내야하는 모자는 친정어머니 같은 분의 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간절하고 그리우면 누군가도 그렇다.
본질적인 인권을 말살하거나 묵인, 방조해도 안된다. 반드시 개선되고 개선을 위한 수많은 노력, 접근이 시도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교회정신은 아닐까?
북한 주민들과 북한 이탈주민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자유와 가족을 만나는 편안함이 허락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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