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인데…. 주님의 뜻이 계시리라 믿습니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발병 소식에 지난 8월 말 선교지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일시 귀국한 박치영 수녀(메리놀수녀회)의 눈길은 이내 아프리카 하늘 아래를 더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 머물며 병구완을 하는 가운데 잠시도 박 수녀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아프리카에 두고 온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들이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1999년 짐바브웨에 파견돼, 2003년 수도 하라레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빈민밀집지역 노튼으로 옮긴 이후 10년 넘게 같이 해온 아이들이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한 학기 등록금 35달러가 없어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미래’라는 말조차 모르고 살아온 이들에게 박 수녀는 한줄기 빛이었다.
“저도 믿기지 않지만, 지금도 조용히 기적이 일어나고 있어요.”
절망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거리를 헤매던 가난한 아이들에게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초등학교 운동장을 빌려 문을 연 노튼청소년센터. 방학 때면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몰려드는 ‘희망제작소’가 됐던 청소년센터가 문을 닫은 게 지난해 12월이었다. 센터 자리를 빌려주던 학교에서 요구한 뇌물을 거절했다 일어난 사달이었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의 낙심한 눈빛이 더욱 가슴 아픕니다.”
그 눈빛에 용기를 새롭게 낸 박 수녀는 한국으로 떠나오기 전까지 현지 정부로부터 1헥타르(약 3000평)의 땅을 임대받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꿈터가 탄생하려는 찰나다. 하지만 그에게는 더 큰 기적이 필요하다. 당장 온통 습지로 이뤄진 센터 터도 다져야 하고 급한 대로 화장실도 지어야 하지만 막막한 처지다. 교실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하느님이 드리우시는 나무그늘이 교실이 되어줄 터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느님께서 알아서 해주시겠죠?”
자신의 처지는 까맣게 잊고 하느님만을 떠올리는 박 수녀는 고국의 은인들에게 손짓하는 듯했다.
※도움 주실 분 370-910101-42807 하나은행(예금주 박치영), 010-2595-6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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