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 최경환(대구 욱수본당 주임) 신부(사진)는 16~23일 욱수성당 전시관에서 세계 십자가 소품전 ‘평화’를 연다. 욱수본당 ‘본당의 날’ 행사 일환으로, 최 신부가 소장하고 있는 십자가를 신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소품전이다.
지난 2009년 첫 번째 소품전을 개최한 바 있는 최 신부는 이번 전시회에서 첫 전시 이후 수집한 십자가 130여 점을 포함, 총 300여 점의 십자가를 전시한다. 전통 로마 가톨릭 십자가를 비롯해 동방교회 십자가, 유럽 십자가, 개신교 십자가 등 다양한 십자가들이 소개된다.
▲ 4복음사가 십자가.
▲ 몽골 옛수도 카라코롬 유물 십자가(추정).
▲ 러시아 정교회 십자가.
▲ 성령십자가, 에기노 바이너트 작품, 독일.
▲ 페루 마추픽추 원주민이 흙으로 빚어 만든 십자가.
십자가는 교회의 오래된 전통 안에서 유지되고 발전해 온 문화영성의 한 부분이라 할 때, 이 소품전을 통해 십자가에 담긴 나라별 시대별 다른 문화와 정신을 경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 신부에 따르면 전통 로마 가톨릭 십자가는 십자가에 높이 매달려 온갖 고통과 수난을 당하신 예수님의 몸을 그대로 표현한다. 반면 동방교회 십자가는 예수님 몸의 형상이 없고 정교하고 화려한 이콘이 그려져 있다. 유럽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가르침을 담고 그 분을 세상에 전하고자 한 그리스도교 국가들에게 나온 작품과 영성이 담겨 있다. 개신교 십자가는 예수님의 몸이 새겨져 있지 않고 단순한 십자가 형상을 이루며 신앙고백에 도움이 되는 성경말씀을 새겨놓는다.
이번 소품전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십자가가 전시되는 만큼 다양한 묵상거리를 관람객들에게 던져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각 시대별, 나라별로 사람들이 십자가를 어떻게 받아들였고, 작가들은 십자가를 통해 자기 신앙을 어떻게 고백했는지 등을 묵상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4년 동안 십자가를 수집해 온 최 신부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최 신부가 지금까지 모은 십자가는 총 450여 점이다. 십자가를 수집하면서 일일이 자료를 찾아본 덕분에 최 신부는 십자가에 대해 준전문가 수준. 수집한 십자가의 수량을 밝히던 중 최 신부는 ‘나는 그 십자가를 하나라도 제대로 지고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에 봉착할 때마다 부끄럽고 작아진다고 고백했다.
최 신부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다양한 십자가를 통해 평화의 주님을 만나고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누리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