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CNS】교황 프란치스코는 가톨릭교회가 ‘바티칸 중심’을 벗어나 좀 더 ‘하느님 백성’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사회적 인식을 강화하며, 현대 문화에 더욱 개방적이 될 수 있도록 쇄신해나갈 것이라고 이탈리아 언론과의 장시간 인터뷰에서 밝혔다.
교황은 또 선출 직후 잠시 교황직을 거절할까 고민했었으며, 현대사회와 교회의 ‘가장 긴급한 과제’는 청년실업과 노인 인구의 유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공동 창간인이자 전 편집장을 지낸 유제니오 스칼파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4500자에 달하는 장문의 인터뷰는 1일자 신문에 실렸다.
무신론자인 스칼파리는 지난 여름 다양한 종교적·철학적 주제들을 중심으로 교황에 대한 공개 질의 형식의 글을 신문에 실었고, 교황이 이에 대해 9월 11일자로 답장을 보냈으며, 9월 24일에는 바티칸에서 별도의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이 대화에서 경제 정의, 비신자와의 대화, 교황청 관료 조직의 쇄신 등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특히 교황은 최근의 교회 쇄신을 위한 노력과 관련해 “교회 지도자들은 종종 나르시스트가 되어, 가신들의 아첨을 받기도 한다”며 이런 일이 벌어지는 “궁정은 교황직의 나병”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바티칸의 핵심적 행정 기구인 교황청이 자체로 ‘궁정’은 아니지만 이러한 가신들이 곳곳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교황청의 한 가지 단점이 '교황청 중심적(Vatican-centric)', 즉 “바티칸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는데, 이는 대부분 세속적인 이해관계”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러한 ‘교황청 중심적’ 시각은 우리 주변의 세상을 소홀하게 다룬다며 “절대로 이러한 시각을 갖지 않을 것이며 이를 바꾸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에 따라 교황은 “교회가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로 돌아가야 한다”며 “영혼을 돌보는 일을 하는 사제, 사목자와 주교들은 하느님 백성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세속적 권력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교황청과 전체 교회의 제도적 구조 안에 강하게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러한 교회 현실을 쇄신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가신이 아닌 지혜로운 사람들로서 8명의 추기경을 자문단으로 구성한 것”이라며 “이것은 상의하달식의 일방적인 교회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로 구성되는 교회 모습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오늘날 세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젊은이들의 실업과 노인들의 외로움이라며 이는 교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맹목적인 시장 경제에 대한 더 강한 통제가 중요하다며, “야만적 자유주의 경제는 강자를 더 강하게, 약자는 더 약하게 만든다”고 강조하고 “만약 필요하다면,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가 직접 개입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아울러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이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공의회는 현대적으로 미래를 보고 현대 문화에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가르쳤다”며 “현대 문화에 대한 개방성은 교회 일치와 비신자와의 대화를 의미하지만 아직도 이와 관련해서 거의 아무런 성과도 없다”고 말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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