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성모마리아의 승천 장면을 아래로부터 올려보는 시선으로 제작해 하늘로 오르는 모습이 더욱 생동감 넘치게 표현됐다. 이런 표현 양식을 통해 이 작품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하늘로 드높여질 수 있도록 했다. 일찍이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온 몸으로 품었던 마리아는 이제 하느님 아버지께서 계시는 하늘을 품듯이 양팔을 벌린 채 승천 중이시다.
성모마리아는 한 평생 동안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을 삶의 첫 자리에 두고 그 말씀을 따라 충실한 삶을 가꾸셨다. 믿음에 충실한 마리아를 하느님께서 잊지 않고 거두어 주신 사건이 바로 성모승천이다. 또한 이 성모승천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갖고 있는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희망의 표지가 된다. 하느님께서는 성모마리아 뿐 만 아니라 당신께 충실한 사람을 결코 잊지 않으시고 드높여 주시는 분이시다.
▲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1477경~1576), ‘성모승천’, 1516~1518년, 유채, 690×360cm, 산타 마리아 글로리오사 데이 프라리 대성당, 베니스, 이탈리아.
하늘로 오르시는 성모마리아를 바라보면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로 올라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머니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기도 바치는 것을 잊지 않으셨고 그 가운데서도 묵주기도를 가장 즐겨 바치곤 하셨다. 어머니의 굵은 손에서 묵주가 떠나는 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도 묵주기도를 자주 바칠 것을 말씀하셨다. “손을 쉬게 해서는 안 된다. 손이 쉬게 되거든 언제나 묵주를 잡고 기도를 바치라”고 하시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 하느님 품에 안기는 시간에도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으셨고 그 낡은 묵주 하나만을 갖고서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다. 어머니께서 선종하실 때 나는 영국에 유학 중이어서 임종을 지켜보지는 못하였다. 하늘로 오르면서도 험난한 이 세상에 남게 될 막내아들 신부인 나에 대한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사제 서품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어느 날 내가 하느님 품에 안기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마라. 너에게는 또 다른 어머니인 성모마리아가 계시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단다. 성모님께서 어머니처럼 너를 잘 보살펴 주실 거야. 그러니 그때는 성모님을 어머니로 여기고 그분께 의탁하며 지내면 될 것이야.”
지금 우리가 맞이한 시월은 ‘묵주기도성월’이다. 매 주일 미사 때면 수많은 신자가 성당과 마당을 가득 메웠다가도 미사가 끝나면 일순간에 썰물처럼 빠져 버린다. 그러나 모두가 떠난 성당 마당 한 쪽에는 신앙의 자녀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 바치는 성모상이 서 있다. 자식들을 위한 어머니의 기도가 끝이 없듯이, 우리의 구원을 위한 마리아의 전구 기도도 끝없이 이어진다. 텅 빈 성당 마당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며 오가다 보면 천상의 어머니도 어느새 내 곁에 머물러 계시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