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
예수의 말씀을 듣고 부자 청년은 슬퍼하며 떠나갔다. 하지만 가톨릭대가 제정한 ‘제1회 이원길 가톨릭 인본주의상’ 수상자 박용건(폰시아노·65) 성가복지병원 내과과장은 자신의 모든 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내줬다. 박 과장은 2001년 서울 강남에서 운영하던 개인병원을 접고 무료병원인 성가복지병원을 선택했다. 좋은 보직과 명예보다도 예수의 이름 없는 제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개인병원 인테리어 공사하는 두 달 동안만 봉사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제가 이곳 직원처럼 출퇴근하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인테리어 공사하는 데는 가보지도 않고 말이에요.”
성가복지병원은 자연스럽게 박 과장의 삶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공석이던 내과과장 자리를 맡아달라는 수녀들의 제안에 조금 망설였지만, ‘개인병원을 운영하면서 모아둔 것으로 생활하다가 다 떨어지면 다시 돈 벌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이내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13년 동안 그 선택에 후회한 적도 없다. 그저 가족처럼, 친구처럼 가난하고 아픈 이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제가 할 줄 아는 일이 주님을 따라가는 것과 환자 돌보는 게 전부에요. 많은 사람들이 노숙인들을 치료하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봐요. 하지만 의사에게 환자는 다 똑같아요. 부자든 가난하든 문제되지 않아요.”
때문에 박 과장은 이번에 받은 상에 마음이 편치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상을 받는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이 상은 사실 성가복지병원을 23년간 무료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이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최선을 다하는 수녀님들께 감사할 따름이죠.”
지난 10월 1일 제1회 이원길 가톨릭 인본주의상 시상식이 열렸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였지만 박용건 과장은 역시 환자들 곁에서 더욱 빛이 났다.
“주님께서 건강을 허락하실 때까지 성가복지병원이 바로 제 자리입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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