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당 1층에 있는 음료수 자판기 앞에는 ‘미사 시작 1시간 전에는 공심재를 지킵시다’라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공심재’가 대체 뭐지? 몇 달째 궁금했었는데, 지난 주에야 다른 신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궁금증을 풀었다. 성체에 대한 존경과 성체성사를 준비하는 마음에서, 영성체를 하기 전 적어도 한 시간 동안 음식물을 먹지 않는 것.
영성체를 할 수 있어야 공심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신자들이 내심 부러웠다. 예전 열심한 신자들의 경우에는 영성체가 예정된 날에는 스스로 더욱 엄격하게 온종일 굶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미사 때마다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영성체를 할 때 신부님이나 수녀님께서 신자들에게 무언가 말을 하는 모습이었다. 성체를 전달할 때마다 어떤 말을 하긴 하는 듯한데, 들리지 않으니 볼 때마다 궁금한 게 사실이었다.
드디어 예비신자교리 과정 중 ‘성체성사:희생과 사랑’편을 배웠다.
‘그리스도의 몸’.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성체를 나눠 주면서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은 ‘그리스도의 몸’이었다.
그런데 영화같은 데서 보면 성체를 입으로 받아 모시던데, 한국에서만 손으로 받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성체는 자유의사에 따라 손과 입 어느 쪽으로든 받아모실 수 있다고 했다.
교리시간에 열심히 듣긴 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내 안에 모시는 것, 개신교회에 다닐 때에도 가장 동경하고 궁금했던 성체성사였는데 이해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자신의 몸과 피를 다 내어주셨다는 것은 너무나 감동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미사 중 축성을 함으로써 밀떡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된다는 것, 축성된 빵은 그리스도의 현존 자체라는 것이 머리로는 잘 이해되질 않는다. 다만 교리 후 나눔시간에 봉사자가 장기기증을 사례로 들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는 행동에 대해 설명을 해준 덕분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우리에게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묵상할 수는 있었다.
이번 과정을 배우면서 특히 반가웠던 것은 성인들은 세례성사와 동시에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도 함께 받는다는 것이었다.
성당에 다니기 전에 친구를 통해서 세례성사를 받은 후 또 한참 있다가 일정 교리를 받고 나서야 첫 영성체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교리반에 다니면서도 ‘대체 난 세례성사를 받은 후 언제쯤 성체를 모실 수 있을까’ 궁금해 했었다.
주변 신자들이 모두 성체를 영하러 자리에서 일어나는 영성체 시간에 자리에 앉아있으려니, 괜히 머쓱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유아세례를 받은 아이들의 경우 영성체에 대한 뜻과 지식을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적절한 교육을 별도로 받아야 영성체를 하지만, 성인들의 경우 교리교육을 받고 세례성사를 하면서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평소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를 해야 진짜 가톨릭신자라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상상을 많이 해봤었다. 고해소 앞에서, 영성체를 위해 줄을 서는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더욱 열심히 교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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