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이 북한 당국의 일방적 선언으로 만남 직전에 연기됐다. 연로한 이산가족들에게는 연기가 아닌 무산이다. 기약 없는 하루를 볼모로 안 정치적인 어떠한 시도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옛말에 ‘하늘 무서운 줄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사랑을 억지로 가르거나, 도와주지 않으면서 막는 것은 하늘도 가만있지 않는다는 것.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을 믿고 싶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실 모두가 희망하는 세상이 도래하기 전 어둠의 세력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일 것이다. 등잔과 기름을 준비하는 슬기로운 이들이 많이 필요하다.
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작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진행하고 있다. 작지만 쉼 없이 진행해온 민족화해위원회를 소개하고 싶다.
1999년 최중인 신부와 13명의 사제들은 북한선교지원사제모임을 결성했고 그해 12월, 민족화해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공식적 활동에 들어갔다. 교회정신인 화해와 일치, 섬김과 나눔을 실현시켜 궁극적으로 하나 되길 기원하며, 통일기원 청년도보순례를 시작했고 각 본당 통일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선배사제들의 노력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쉼터와 그 자녀들을 위한 그룹홈 등이 마련됐다.
돌아보면 은총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을 희망해 본다. 초창기 중국으로 사제들을 파견하고 북한이탈주민들을 돌보며 인도적, 종교적 지원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등 선배사제들의 열정을 기억하고 있다. 후원회원들과 봉사자들도 열정적이다. 하나원 교육과 정착 지원, 쉼터와 그룹홈 지원, 북한의 변화를 위한 기도와 미사, 북한이탈주민들의 세례 등에 함께했다. 그것은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요한 17,21)’라는 예수님의 기도가 이루어지는 현장이었다.
하나원 교육생 가정체험을 허락해준 많은 본당 사제와 신자들은 그들을 따뜻하게 품었다. 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씨앗을 심어준 노력이었다. ‘나그네 된 그들을 따뜻이 맞아들여’(마태 25,38) 하룻밤 묵어가게 해 준 모든 신자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모든 이의 작은 노력들이 통일 밑거름이 되고, 북한주민들, 북한이탈주민들에게 하느님 사랑이 전달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교구 50주년을 맞아 북한이탈주민들도 초대를 받았다. 언젠가 북한신자들도 우리의 행사는 물론, 북한에 초대되는 자유로운 모습을 기대해본다. 또 중단된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조속히 진행되길 기도한다. 통일 후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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