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끔찍한 악몽 속에 눈을 뜬 김유순(테레사·58·서울 하계동본당)씨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그가 누워있던 이부자리는 온통 땀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아니, 반은 김씨가 꿈속에 흘린 눈물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멍하니 앉아있길 몇 시간. 시계는 한밤중을 더디게 지나고 있었다. 그렇게 날이 하얗게 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 그 꿈이다. 남편을 뺑소니 사고로 잃고 꼭 10년 뒤 신학교 입학을 준비하던 하나뿐인 아들마저 급성간암으로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냈다.
그날 이후 김씨는 이들의 꿈에서 놓여나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런 가족의 부재가 충격이었을까, 자신마저 간암을 얻어 투병을 시작한지 4년. 처음에는 먼저 간 가족들을 따라가고픈 마음이 절로 일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충격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딸마저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럴 수도 없는 처지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8살 때 고향인 천안에서 상경해 남의집살이를 시작했다. 주인집 할머니의 대소변까지 손수 받아내는 삶이 19살까지 이어졌다. 그때부터 지금껏 두세 시간 이상을 한 자리에서 자본 적이 없다. 틈이 날 때마다 쪼그리고 자는 조각잠이 대부분이었다. 학교는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지만 16살 때 만난 하느님이 지금까지 김씨에게 전해진 가장 큰 선물이었다.
공장과 식당 등을 전전하던 23살 때, 남편을 만나 아들을 얻고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질 수 있었던 보물이었던 셈이죠.”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아들이었지만 스스로 하느님을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고 대견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서 새벽 3시에 집을 나서 파출부 일에, 청소용역, 신문배달까지 하루 6군데를 돌아다니며 12시간을 넘게 일을 해도 힘든 줄 몰랐다. 그러던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게 모두 자신의 탓인 듯하다. “좀 더 제대로 먹이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도록 해줬다면….”
가정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 아들의 병원비로 융통할 수 있는 돈이란 돈은 긁다시피 해서 써버린 통에 남은 재산이라곤 몇 벌의 옷가지와 가방 몇 개로도 나를 수 있는 세간이 전부다.
열심하고 화목했던 그의 가정의 아픔에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영구임대아파트에서 한 몸 뉘일 자리는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한숨 돌리고 나면 더 큰 문제가 따라다녔다. 겨우 몸 의지할 데가 생기고 나니 자신과 딸의 치료에 들어가는 병원비가 문제다.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항암치료, 그리고 딸의 약값. 매달 나오는 32만원 남짓한 보조금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빚만 쌓여가고 있다.
요즘 부쩍 고통 속에 아우성치는 가족들의 꿈을 많이 꾼다. 자신도 암이 전이된 뼈를 잘라내는 몇 차례의 수술로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마지막 남은 혈육마저 먼저 보내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문다.
“저는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주님의 뜻이 계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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