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두 종류의 경제학을 말하는데, 그것은 샬롬의 경제학(economics of shalom)과 부의 경제학(economics of wealth)이다.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왕정(王政)의 등장은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새로운 경제 체제와 사고방식의 출현을 낳았다.
새로운 경제 활동의 원인은 왕정에 의해 초래된 여러 변화들에 기원하는데, 토지는 지배 엘리트들에 의해 착취당하는 자원이 되고, 수도나 주요 도시들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왕국을 지탱하기 위하여 세금을 징수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권력은 억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 없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었고, 전통적인 통치와 경제 활동의 형태는 쇠퇴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동은 새로운 경제학, 즉 부(富)의 축적을 위한 부의 경제학(economics of wealth)의 등장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은 이 새로운 경제 체제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실천도 이 예언자들에 뒤이어 부의 경제학에 대하여 비판적이었다.
성경에서 소개되는 부의 경제학이 가지는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의 경제학은 토지나 다른 자본과 같은 생존을 위한 자원에 대한 인간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생존 자원이 하느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인간은 단지 그 자원을 사용하고 돌보는 청지기라는 사실을 거절한다.
“불행하여라, 빈 터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집에 집을 더해 가고 밭에 밭을 늘려 가는 자들! 너희만 이 땅 한가운데에서 살려 하는구나.”(이사 5,8)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루카 12,15.21)
둘째, 부의 경제학은 자원에 대한 접근에 있어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다. 자원의 소유권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 주장은 다른 이들의 접근을 배제하고, 자원의 집중을 초래한다. 그래서 토지의 생산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주장한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루카 12,16-19)
셋째, 부의 경제학은 자기 확장, 자기 과시를 위한 소비를 주장한다. 이것에 따르면 자원의 생산물은 소유자의 배타적 소비를 위한 것이다.
“불행하여라, 시온에서 걱정 없이 사는 자들 사마리아 산에서 마음 놓고 사는 자들 으뜸가는 나라의 귀족들! 그들에게 이스라엘 집안이 의지하러 가는구나… 그들은 상아 침상 위에 자리 잡고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양 떼에서 고른 어린양을 잡아먹고 우리에서 가려낸 송아지를 잡아먹는다. 수금 소리에 따라 되잖은 노래를 불러 대고 다윗이나 된 듯이 악기들을 만들어 낸다. 대접으로 포도주를 퍼마시고 최고급 향유를 몸에 바르면서도 요셉 집안이 망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아모 6,1-6)
넷째, 부의 경제학은 수익을 위한 분배 구조를 주장한다. 즉 이익을 위한 교환은 베풀기 보다는 더 많이 얻기 위한 것이며, 가진 이에서 필요한 이에로의 흐름이 아니라 가지지 못한 것에서 가지는 것에로의 흐름이다. 그래서 가난한 이와 부자 사이의 간격이 더 커지고, 소수의 풍요와 다수의 가난이 한 사회 안에서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그들이 빚돈을 빌미로 무죄한 이를 팔아넘기고 신 한 켤레를 빌미로 빈곤한 이를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힘없는 이들의 머리를 흙먼지 속에다 짓밟고 가난한 이들의 살길을 막는다.”(아모 2,6-7) “나는 그들의 모든 행동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그 때문에 땅이 뒤흔들리고 온 주민이 통곡하지 않겠느냐?”(아모 8,7-8)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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