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교우를 위한 교회의 노력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1990년)에서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신앙의 살아있음을 상실하였기에 새로운 복음화가 요청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새로운 복음화에 대한 요청은 회칙 반포 23년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시작된 ‘신앙의 해’도 교회의 새로운 복음화 노력의 일환이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10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 개막미사에서 새로운 복음화가 “원칙적으로 세례를 받았으나 교회로부터 멀어진 이들과 그리스도 신앙 실천과 무관하게 사는 이들을 향한 것”임을 일깨워줬다.
냉담교우 회개를 위한 노력과 현실
보편교회의 새로운 복음화 흐름에 발 맞춰 한국교회도 오랫동안 냉담교우 회개를 위한 사목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는 2011년과 2012년 세미나 주제를 ‘냉담교우’로 설정하고, 고질적인 문제로 냉담교우 회개를 해결하고자 나섰다. 이 자리에서는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그룹토론도 마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보다 실질적인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장 이병호 주교는 “교회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모든 형제·자매를 받아들이고 서로 주고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해, 냉담교우 회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수원교구는 2011년 ‘냉담교우 회두 운동을 위한 교회의 사목 대안 찾기’ 심포지엄을 열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는 자료집을 발간하고 ‘냉담교우 찾기운동 프로그램’을 실시해 오고 있다. 올해는 또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전 교구민이 참여하는 ‘냉담교우 찾기 운동’을 펼쳤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2011년 “세례 때의 기쁜 마음과 환한 웃음으로 형제·자매님을 다시 교회 공동체에서 만나 뵙게 되길 소망한다”며 냉담교우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청주교구는 신자와 미사 참례자 50% 증가, 냉담교우 50% 감소를 목표로 하는 ‘비전 2050’을 발표하고, 교구 내 거주미상자를 찾아 냉담교우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그 외의 교구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눈에 두드러지는 냉담교우 회개 활동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대교구와 인천교구는 각각 2012년 제2차 교구 시노드와 교구 설정 50주년을 기획하면서 냉담교우를 다시 교회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지는 않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많은 투자와 함께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는 청소년 사목과는 사뭇 대조된다.
한 사목자는 “대리구의 사목국장 신부들이 모여 냉담교우 회개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면서 “본당 단위를 넘어 대리구 혹은 교구 차원의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이야기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냉담교우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여러 교구와 연구소에서 냉담교우에 대한 진단과 대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냉담교우 회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오리무중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냉담교우는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절반 가까운 신자가 냉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냉담교우 회개 운동을 일회적 성격의 ‘이벤트’식으로 진행하는 경우를 교회 안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이 “교회는 본성상 선교해야 한다”(선교교령 2항)고 말하고 있듯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목적 접근이 시급하다.
따라서 교회 일각에서는 냉담교우가 교회를 등지는 이유에 대해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을 파악하고, 각 유형에 맞는 대안들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안동교구 사목국장 황재모 신부는 “신자들이 무엇을 갈구하는지 관심을 갖고 그에 맞는 사목적 접근을 시도, 냉담교우가 다시 주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영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에서 신앙의 활력을 잃게 된 요인으로 도시화, 인간 중심주의, 세속화 현상, 상대주의 등을 꼽았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지적한 요인들은 최근 한국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개인주의가 팽배해져 가정방문을 통한 회개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십여 년 동안 냉담을 해온 조모씨는 “성당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요즘 같이 흉흉한 세상에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꺼려진다”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냉담교우의 개념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냉담교우로 여기는 신자들도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신자는 “주일과 평일미사에 열심히 참례하고 있어 누가 봐도 냉담하지 않는 걸로 보이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삶을 평가할 때는 스스로를 냉담교우라고 생각한다”고 자조했다.
냉담교우 회개 문제는 단편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환경의 변화에 교회의 발 빠른 대처와 냉담교우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안동교구 사목국장 황재모 신부는 “냉담교우 문제는 새 신자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인데, 그간 교회는 냉담을 신자 개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 교회에서는 냉담교우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어떤 대상에 흥미나 관심을 보이지 않음.’ 국어사전에 설명된 냉담(冷淡)의 의미다. 냉담이라는 단어는 1880년 발간된 「한불자전」에서도 등장한다. 학자들은 이를 통해 한국교회 초창기나 박해시대부터 이 단어를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냉담교우라는 말은 한국교회 고유의 용어라는 해석도 덧붙인다.
냉담교우는 신자수 통계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 공동 지도서」(1932년)에는 교구에 제출해야 할 연말 보고서에 고의적인 냉담교우는 제외시킬 것을 지시하고 있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에는 냉담교우를 악의(惡意) 또는 교회법상의 조당으로 인해 성사를 받지 않은 신자들로 봤다.
하지만 현재 교회에서는 3년 이상 미사 참례와 성사 생활을 하지 않는 신자를 냉담교우로 분류한다.
미국과 유럽교회는 냉담교우를 ‘실천하지 않는’이라는 의미에서 ‘not practicing’으로 부르고 있으며,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Kirchenaustritt’로 호칭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교회에서는 교회에 가지 않는 신자(敎會へいかない信者) 혹은 교회를 쉬고 있는 신자(敎會を休んでいる信者)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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