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교회가 같은 문제를 함께 생각하는 자리였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슬픈 역사도 존재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하나 되어 ‘자살 예방’ 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 가운데 가능한 일입니다.”
일본주교회의 사무국장 미야시타 료헤이(宮下良平·사진 오른쪽) 신부와 카리타스일본 비서 미야나가 고(宮永 耕·사진 왼쪽) 교수는 한 목소리로 “한·일 심포지엄과 협약을 통해 같은 교회로써 하나 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OECD국가 중 자살률 2위를 기록한 일본 사회에서 카리타스일본이 2007년부터 주목하고 있는 주제는 ‘자사(自死)와 고립’이다. 2011년 동일본 지진 후 더욱 가시화된 ‘고립’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일본교회는 타종교 및 NGO와 연계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야시타 신부는 “먼저 개인과 개인이 작은 고리를 만들고, 이것이 또 큰 고리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조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여 년 동안 본당 사제로 재임하면서 자살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는 그는 한·일 교회의 협력에 큰 기대를 걸었다. 각국의 사회 환경에서 쌓은 경험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한국교회와 마찬가지로 일본교회도 2001년 전까지는 ‘자사’로 세상 떠난 이들의 장례미사를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주교단이 결단 끝에 발표한 「생명을 향한 시선」으로 교회의 분위기가 크게 바꿨습니다.”
일본 사회의 현실적 문제를 정리한 「생명을 향한 시선」(2001년)의 핵심은 역시 ‘자사’였다. 당시 자살 문제를 방관하고 있던 정부를 비판하고, 생명존중에 대한 교회의 생각이 담겨있다.
미야시타 신부는 “자살이 큰 죄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우리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부터 나온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미야나가 교수는 “주교단이 자살을 언급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면서 “주교회의는 2011년부터 메시지 발표 이후 그 내용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조사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미야시타 신부와 미야나가 교수는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한국교회의 활발한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들은 일본으로 돌아가 한국교회의 활동을 알리고, 현지에서 생명 존중 문화를 구축해 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회는 자사를 생각할 정도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눈에 보이는 신자의 도움과 교류를 통해 선한 이웃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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