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한인공동체(주임 오상직 신부)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20일 오전 10시 베이징 동교민항(東交民巷) 성미카엘성당에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기념미사를 거행했다.
베이징 한인공동체의 이번 20주년 미사는 정부에 의해 종교 활동이 제한되는 중국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뜻 깊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한국인 수가 늘어나면서 한국어 미사에 대한 갈망이 커졌지만, 여건상 종교 모임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1993년 9월 26일 김상진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주례로 첫 한국어 미사가 봉헌됐고, 이후 1995년 9월 대구대교구 김영환 몬시뇰, 정석수 신부가 정식으로 부임하면서 복음화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허가 받은 시간에만 미사를 봉헌할 수 있고, 정치적 규제와 전염병 등을 이유로 미사가 봉헌되지 못하는 등 어려움도 컸지만 공동체는 성경공부와 레지오 마리애 등 신심활동에 매진하면서 흔들림 없이 20년 세월을 지켜왔다. 지금도 지역 복지단체 봉사·후원에 앞장서는 등 한·중 양국교회의 친교·교류를 위한 움직임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이날 20주년 기념미사 중에는 49명 신자가 견진성사를 받았으며, 앞서 19일에는 라이광잉 축구 공원에서 조환길 대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본당의 날 행사를 열었다. 18~22일에는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기념 전시회도 마련됐다.
오상직 주임신부(대구대교구)는 “성당을 빌려쓰는 시간이 제한적이라 미사 외 신앙재교육, 주일학교 운영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신부는 이어 “한국교회는 중국교회로부터 신앙이 전해졌지만 이제는 우리가 중국교회 성장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에 중국 수도자를 보내 연수를 마련하는 등 한국교회가 중국 복음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우리 공동체가 ‘다리’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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