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수님의 영이 여러분 안에 살아 계신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여러분은 굶주리고 헐벗고, 살아갈 모든 수단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 그리고 문화가 주는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커다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하느님 백성으로서 교회는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의 백성이며 구원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개방적 구원관이다. 그러나 보편교회는 늘 구체적 삶, 현장, 민족 문화와 같은 구체적 실재를 통해 검증된다. 보편교회는 지역교회를 통해 확인되며 지역교회 안에서 충만하게 나타난다. 북한교회가 보편교회에 포함된 지역교회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 정치적 대표성은 있으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북한교회는 언제쯤 변화할까? 분명 체제변화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대로 신앙적 혜택 없는 북한의 주민들과 숨어 신앙을 지키는 이들에게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개방적 구원관은 그들 모두를 위해 기도하고 신앙적 혜택을 베풀 준비를 하는 것이다.
최근 예루살렘을 거쳐 로마 성지순례를 했다. 바티칸과 베드로성당, 바오로성당 등 방문하며 지난 개성 방문 때 만난 조선가톨릭교협회 여성회장 카타리나씨가 생각났다. 그녀는 성지순례와 교황 알현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다. 많은 신부들이 초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그들의 로마 성지순례를 청했다.
최근 서민적이고 친근한 교황 프란치스코를 만나려 로마 순례객이 많아졌다고 한다. 북한교회 대표들도 교황의 초대를 받을 날이 왔으면 좋겠다. 또 교황의 한국방문과 한반도의 화해와 일치, 평화 통일을 위한 특별한 관심과 역할을 기대한다.
카타리나씨의 로마순례에 대한 의지는 언젠가 북한도 보편교회 안에 지역교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일 것이다. 그들이 보편교회 일원이 되는 날 우리는 모두 기뻐할 것이다. 멀게만 보이나 주님의 역사하심은 우리의 예상과 계획을 뛰어넘으신다.
비어 있는 그 자리는 이미 한국에 와서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주어질 수도 있다. 통일 후 고향에 복음 전파 사명을 가진 그들에게 북한교회 대표성을 부여해야 한다. 북한의 표면적인 대표자들이 그 역할을 못할 때 잠재성을 가진 이들에게 맡기는 것은 어떨까. 한국전쟁 후 고향과 가족을 두고 온 이들에게 북한지역을 대표하도록 허락한 것을 기억한다면 교회 안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보편교회의 빈자리를 그냥 비워두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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