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은 결혼식과 같아요. 모두들 죽음에 대해서는 멀리하려고 하지만, 보내는 마음에 정성을 들인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다고 생각해요.”
10여 년째 장례 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심은이(데레사·36·평택대리구 기산본당)씨에게 장례식은 두렵거나 무서운 일이 아니다. 하늘 문이 열리고, 하느님께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출발점이다. 더불어 심씨에게는 세상과의 이별을 돕는 마지막 배웅의 순간이기도 하다.
“고인을 대할 때면 살아있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정성을 다합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고인을 보내며 편안해진 얼굴을 마주할 때면 보람을 느껴요. 그 모습에 제 마음까지 편안해지지요. 입관까지 마치고 나면 하느님께서 고인과 함께해주시길 기도합니다.”
심씨는 그동안 수많은 고인을 배웅하면서 느낀 점들을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아름다운 배웅」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심씨는 고인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물론, 누구나, 언젠가 맞이할 죽음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담아냈다.
“처음에는 참고를 위해 각 사례별 정리 차원으로 기록을 시작했는데, 남편의 권유로 책까지 쓰게 됐지요. 죽음과 맞닿은 일상을 보내는 저로서는, 보내드리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죽음을 잘 준비하려는 마음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이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가톨릭교회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달, 위령성월은 심씨에게도 매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연도의 중요성 또한 더욱 깊이 느끼고 있다.
“가톨릭 신자로서 죽음이 끝이 아니란 것을 믿고, 떠나간 고인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은 좋은 배웅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 일을 하면서 연도의 필요성을 더 자주 느끼는 것 같아요. 매번 연도를 바치지는 못하지만, 아침마다 하루를 시작하며 고인을 위해 기도하지요.”
심씨는 앞으로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시골에서 일상을 꾸려갈 꿈을 꿈꾸고 있다. 시골로 가면 장례 지도사 일을 단지 직업이 아닌 봉사로서 임하고 싶다.
“행복하게도 저는 제 일을 후회해본 적이 없어요. 감사하게도 하느님께서는 돌아가신 분들을 제 손으로 잘 채비해 하느님께로 보내라는 소명을 주신 것 같아요. 덕분에 더 자주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는 하지요.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시골 생활을 그리고 있는데, 그때에는 제 능력을 봉사로서 펼칠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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