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준(요셉·47·서울 정릉동본당)씨에게 세상은 항상 ‘높은 벽’이었다.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나 가족에게 외면당했고, 성인이 된 후에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신앙을 갖기 전에는 삶이 막막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껏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친할머니 한마금(안나·99)씨 덕분이다. 어머니를 내쫓고 새로운 가정을 꾸린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윤씨를 보살핀 사람은 할머니뿐이었다. 뇌성마비를 앓아 장애인 2급을 받은 손자를 위해 할머니는 식당일, 막노동 등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10년 전부터 급격히 쇠약해진 할머니는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거동하기도 힘든 상태다.
이제는 윤씨가 할머니를 책임져야했다. 평생 따뜻하게 보살펴 준 할머니의 사랑에 그가 보답할 차례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았다. 장애가 있는 그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게다가 고혈압과 심장병에 시달리는 윤씨는 언제 쓰러질지 몰라 늘 불안한 상태다. 갑자기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간 적도 부지기수였다. 고정된 수입이 없다보니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하고 싶어도, 연락이 끊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다행히 현재 동사무소에서 시행하는 공공근로에 참여하고 있지만 할머니와 윤씨의 약값과 병원비를 충당하는 데도 부족하다. 윤씨의 사정을 알고 서울 정릉동본당 신자들과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녀들의 도움으로 겨우 끼니는 거르지 않고 있다. 주변의 온정에 윤씨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마음의 빚을 갚고자 윤씨는 어려운 생활 중에도 칠년 동안 쓰레기 청소와 정리 등 작은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윤씨의 미래는 여전히 깜깜하다. 약값과 병원비로 이미 1000만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데,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월세를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미 통장 잔고는 바닥이 났고, 월세 10만 원도 벌써 몇 달 째 못 내고 있는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서로를 의지하며 외롭게 살아온 윤씨와 할머니는 작은 보금자리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를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할머니 지금껏 저와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따뜻한 밥에 고기 반찬 한번 대접 못하는 못난 손자가 정말 죄송해요.”
윤씨가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언제나 손자 걱정이 먼저인 할머니도 손자의 손을 잡았다. 이들에게는 소박한 바람만 있을 뿐이다.
“지금처럼만 살고 싶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만이라도 이 작은 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이렇게 손을 마주 잡고 서로 등을 기대며 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성금계좌※
우리은행 702-04-107881
농협 703-01-360446
국민은행 801301-01-584914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