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성사가 없다면, 거기엔 은총이 없기에 신앙고백은 유효하지 않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신앙의 해 제정 자의교서 ‘믿음의 문’(9항)에서 밝힌 것과 같이 주일 미사 전례에 참례하는 신자 수가 감소하는 것은 신앙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전국 각 교구는 냉담교우 문제 역시 미사 전례가 본연의 의미 안에서 활성화되지 못한데 기인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는 주일 미사 전례 활성화와 관련, 주교회의 차원에서 공동 사목 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를 통해 토론 자료를 작성한 바 있다. ‘주일 미사 전례 활성화’에 대한 토론은 올해 2~7월 전국 각 교구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했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강우일 주교)가 8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마련한 ‘주일 미사 전례 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연 제4회 ‘새로운 복음화’ 세미나는 이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한 주제발표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패널의 발표 등으로 진행됐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소장 강우일 주교(주교회의 의장)는 이날 세미나 격려사를 통해 “전례는 생생한 체험을 갖는 구원의 현장으로서 기능해야 하는데, 감동과 구원의 체험이 결핍된 예절로서 되풀이되다 보니 미사에 덜 나오게 된다”며 “그러다보니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죄만 남아, 구원을 위해 하는 미사가 죄를 양산하게 되는 가치 전도가 일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주교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한국교회 미사 전례에 대한 현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데 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세미나 주제발표에서는 신호철 신부(부산가톨릭대)가 ‘주일 미사 전례활성화를 위한 원리와 제안’에 관해 전례신학적 입장에서 방안을 제시했다.
‘주일 미사 전례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제시해야 하는 것이 개념 정리다. 신 신부는 “전례를 활성화한다는 것은 전례가 그 본연의 결실을 맺도록 잘 이루어짐을 의미한다”며 “전례의 활성화란 ‘전례에 참석하는 이들이 신비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만나고 구원에 이르도록 전례가 잘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 신부는 미사 전례에서 중요한 두 가지 원리는 ‘장엄한 반복’과 ‘인간 감각의 성화’라고 밝히고, “미사가 반복되어 지루하다는 것은, 숙달은 됐으나 영적으로 상승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료하기 때문에 신선함을 주기 위해 형태를 바꾸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며 “전례는 구원역사의 마지막 단계로, 전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다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전했다.
신 신부는 또한 “구원의 은총을 느끼기 위해서는 성령의 이끄심에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내맡기는 것이 바로 전례에 적극적으로 참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룩한 적극성은 침묵으로 드러나며, 침묵의 본질은 성령께 모든 것을 내맡기는 것”이라고 전한 신 신부는 “전례 중에 보고 듣고 느끼는 그 모든 인간적 감성들이 성령의 은총으로 성화되어, 초월적 차원에로 열릴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패널 발표에서 윤종식 신부(가톨릭대)는 “주일 미사 전례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읽을 필요가 있으며, 본당 공동체가 복음을 중심으로 긴밀한 유대를 이루고 친교의 공동체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제들의 전례교육은 물론 전문가들이 펼치는 신자 재교육과 전례봉사자 양성교육 등이 지원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어 손정명 수녀(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는 “주일 미사 활성화와 연관해 신자들은 영적 목마름을 갖고 있다”며 “강론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얻고, 고해성사를 집전하는 사제들에 대한 교육과 전례봉사자들의 내적 쇄신, 소공동체 활성화, 적극적인 성가 참여를 위한 배려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평신도의 입장에서 발표에 나선 김문태 교수(가톨릭대 ELP 학부대학)는 주일미사 전례 활성화를 위한 내·외적 과제를 밝히고 “한국교회 차원의 진지하고도 심도 있는 토론과 논의는 시의적절하다”며 “앞으로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이러한 토론과 논의 결과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시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과제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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