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위원회 일을 하면서 많은 이들의 질문을 받는다. “종북은 아니시죠?”
이념에 관한 불안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념의 스펙트럼에 사로잡힌 세상에서 살며 그것을 피해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럴 때면 농담으로 답한다. “제 이름이 ‘종남’ 입니다.”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이름이라도 오해의 소지를 줄여주시니.
가끔은 이 일을 놓고 싶다. 몰이해를 넘어, 신앙인들마저 독재 아래 신음하는 대다수 북한 주민들에게 증오의 마음을 쏟아낸다. 많은 동료사제들도 북한 문제만큼은 침묵하며 지낸다. 성숙함은 환상에서 구체적 현실로 옮겨가는 것이라 했음에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는 모두가 수긍하고 기뻐한다. 그러나 현실 문제는 회피하려고 고개를 돌리거나 반발한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동참은 아니라도, 타인의 구체적 노력을 기쁘게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 희망으로 이 일을 놓고 싶지 않다.
북한 주민들 가운데 기도하며 하느님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작은 기도의 응답이 되고 싶다. 남한에 정말 선한 마음으로 정착하려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남한에서 태어난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이 일에 동참하는 여러분은 하느님의 성숙한 자녀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아이를 우리에게 맡기고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던 북한 자매님이 북한 음식 몇 가지를 해 준 적이 있다. 부끄러워하며 음식을 대접하는 자매님을 보며,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도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안다. 대가를 바라는 것은 봉사와 사랑은 참봉사, 참사랑이 아니다. 하느님께, 또 부모와 신앙선조들께 받은 사랑을 나누는 것이 그 아름다움에 동참하는 길일 것이다. 신앙인은 생명을 간직한 사람이며, 하느님을 품은 사람이다. ‘하느님은 살아있는 이들의 하느님’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사랑을 나누는 살아있는 사람은 진정한 신앙인이다. 나누고 가르는 이념에 사로잡힌 이들과는 분명 구분된다.
연재를 마치며,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자신을 비롯한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봉사자들은 주어진 사명에 기뻐하며, 역할에 더욱 충실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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