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는 사회의 누룩으로서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사회질서를 개선해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결성된 것이 평신도사도직협의회다. 평신도 주일을 맞아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제4, 6대 회장을 역임하며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발전의 역사와 함께한 황백규(요셉·84·수원대리구 지동본당)씨를 만났다.
“당시엔 사회가 시끄럽고 인권이 유린당하는 사건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신자들이 ‘우리가 이마에 성호만 긋고 기도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느꼈죠.”
황씨가 평협에서 활동하던 당시는 사회가 혼란하던 때였다. 지학순 주교 투옥 사건,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사건 등이 벌어졌고 YH사건이 터지자 의지할 곳 없는 여성노동자들이 교회를 찾아왔다. 한국 평신도는 정의를 외치며 성장했고 그 가운데 그도 함께했다. 그는 “나마저 꺾이면 누가 나서겠는가”라는 마음으로 교회를 대변해 소외된 이들의 편에 섰던 것이 바로 평신도였다고 회상했다.
“예수님이 나눠주신 빵은 사도만 먹는 것이 아니라 만민이 먹어야 하는 빵이죠. 사회교리의 실천이 한국교회 평신도를 성장시키고 교회 자체를 발전시켰어요. 산 교회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신자가 늘었습니다.”
마음 졸인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정보원 몰래 평협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고 경찰에 포위된 채 고립된 적도 있다. 평협의 다른 구성원들이 몰래 잡혀가는 모습도 봤다. 하지만 그런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평신도가 성숙했고 한국교회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또 그런 평신도의 활동이 있었기에 한국천주교회 200주년과 세계성체대회도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다.
“요즘 교회를 보면 ‘거꾸로 가는구나’하고 느껴요. 지금은 완전히 성직자 중심이고 평신도가 너무 조용하고 얌전한 교회가 됐어요. 평신도가 살아나야 교회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나이를 먹어 활동할 수 없지만 젊은 세대가 움직이면 더 발전된 교회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평신도사도직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황씨에게 지금 교회의 모습은 안타까운 점이 많다. 70~80년대와 달리 이제 주교단도 사회정의를 외치는데 침묵하고 있는 평신도들의 모습 때문이다. 또 그렇게 평신도 활동이 잠잠해지면서 성직자 중심으로만 움직이는 교회의 모습도 답답하다. 황씨는 “평신도와 성직자는 각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눈으로 관계를 바라봐야 한다”며 “둘 중 하나가 죽으면 죽은 교회가 된다”고 말했다.
“총회장이 강론 한 번 한다고 평신도 주일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모든 주일에 평신도가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평신도 주일은 신자들과 어려운 이웃이 함께 축하하는 주일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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