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한 달여간 준비해온 연탄이 오늘 여러분의 손을 통해 배달됩니다. 봉사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들에게 단순히 무언가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더 많은 것을 얻게 해준다는 것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성남대리구 풍산본당 주임 민경욱 신부의 말이 끝나자 청년들과 중·고등부 학생들이 빠른 속도로 연탄을 나르기 시작했다. 9일 오후 2시, 3시부터 비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30여 명의 봉사자들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연탄이 생각보다 많이 무거우니까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옮기자. 조심조심해”
200장 정도 날랐을까,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던 비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연탄을 가슴을 품고 한 방울이라도 덜 맞게 하면서 연탄을 옮기다가 안 되겠다 싶어 슬쩍 한 두 장씩을 더 품고 달렸다. 그 결과 우려하던 대로 연탄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괜찮아, 괜찮아. 깨진 연탄은 반납하고 새로운 걸로 받아서 전달하면 되니까 어서 나르자.”
이날 배달된 연탄은 총 900장으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본당 신자와 하남시청 사회복지과에서 선정된 두 가정에게 각각 300장씩 배달됐다. 풍산본당 청년들과 중·고등부 학생들은 연탄을 마련하고자 한 달여 전부터 묵주를 만들어 팔고, 부모님께 받은 용돈을 모아왔다. 그 결과 따로 모금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기금이 마련됐다. 자신들의 정성이 모여 만들어진 연탄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깨진 연탄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질 못했다.
“얼굴에 연탄을 바르니까 더 예뻐졌네. 앞으로 화장을 그렇게 해봐라.”
처음에는 얼굴에 연탄이 묻을까봐 연신 신경 쓰던 아이들은 어느새 검둥이가 된 자신들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트린다. 본당 중·고등부 회장을 맡고 있는 최원석(비오·17)군은 “솔직히 힘들었지만 힘든만큼 보람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좋다”며 “이번 연탄배달을 통해 청년들과 더 친해진 것 같고 또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님, 저희가 사랑을 담은 이 연탄으로 올 겨울 따뜻하게 잘 보내시고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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