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들의 월요일이 궁금하다. 월요일은 신자들의 ‘거룩한 주일’을 책임지는 본당 사제들의 휴일이다.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휴일을 보내는 모습도 가지각색이겠지만 월요일만큼은 예술의 혼에 흠뻑 빠져 ‘내면으로의 여정’을 떠나는 사제들이 있다. 사제들을 위한 문화아카데미 ‘월요사제미술학교’를 통해서다.
11일 오후, 인천 연수구의 한 작업실에서 진행된 월요사제미술학교 현장을 방문했다. 정병덕(인천교구), 윤헌식(춘천교구), 도종현(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신부 등 세 사제가 각자의 작업에 한창이었다. 올해 초 조광호 신부(인천교구)의 재능기부로 마련된 미술학교의 첫 ‘학생’들이다. 이 사제들은 방학도 없이 격주로 열리는 모임에서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 8개월 동안 완성한 작품만 1인당 15점.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웬만한 작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는 미술가로 명성을 얻은 조광호 신부의 특별한 교육법이 있었다. 기존 미술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첫 시간부터 사제들의 손에 붓을 쥐어주고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리게 했다. 그야말로 현대미술의 한 영역인 추상표현주의처럼 내면을 종이 위에 펼쳐놓게 했다.
조 신부는 “내면이 드러나고 영과 조우해야 종교성이 깃든 작품이 나올 수 있다”면서 “신부님들의 작품은 색감과 형태가 역동적이라 전시하면 대단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월요사제미술학교에서의 배움은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 사제는 회화부터 스테인드글라스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표현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면의 자아와 만나고 마음 속 상처도 치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기에 나이와 지역을 떠나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제들만의 커뮤니티는 덤이다.
윤헌식 신부는 “그림을 그리다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면서 “내면을 표현했다는 것이 뿌듯하고 사제로서도 충전돼 사목을 하면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월요사제미술학교는 2014년도 새 학기를 앞두고 참가자를 모집한다. 교구를 불문하고 사제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2년 과정의 교육은 미술이론 학습과 실습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액 무료다. 모든 과정을 수료한 후에는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문을 두들기기 망설이는 동료 사제들을 위해 정병덕, 윤헌식, 도종현 신부는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림을 못 그리는데…….’라는 두려움을 갖고 계신 신부님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용기를 갖고 찾아오면 반드시 얻는 것이 있습니다.
※문의 032-858-5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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