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의 해와 신앙의 해를 함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교구에 주어진 또 하나의 은총이 아닌가 합니다. 무언가 빨리 하기보다는 하나라도 더 성찰하고, 하나라도 더 올바로 배우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었지요.
저는 현재 작은 공소에 거주하며 신자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데요. 미사 참례자 수와 판공성사자 수가 줄어드는 현실은 한국교회 통계를 굳이 보지 않더라도 조그마한 공소에서도 절감할 수 있는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사목자로서 냉담한 신자들을 보는 것은 가장 가슴 아픈 일인데요. 개인적인 사정과 물질주의와 다원주의 등 여러 가지 사회 환경적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른바 끈기가 없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신앙생활의 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진행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거나 포기하는 모습이 신앙생활에서도 드러나 안타깝습니다. 우리 사제들에게서도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정말 시대적인 병이라는 것을 절감합니다.
260여 명이 한데 어우러진 공소에서 소공동체적인 생활을 나누다보니, 일반 본당에서는 사목자의 손길이 가닿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사목자도 신자들도 서로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많이 듭니다. 어쩌다 한 번 사목자를 만나는 것으로 신앙생활에 대한 깊은 나눔이 가능할까요. 소공동체에서는 서로 가까이 밀착해서 서로를 돌보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등의 삶이 가능한데요.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신앙생활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가 큰지 실제 느끼며 살 수 있습니다. 진정한 소공동체가 자리 잡지 않는다면, 교회가 가진 긍정적인 면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계속 겪어야 할 것이라고 성찰해봅니다.
저는 우리 교구민 모두가 매일매일 꿈을 갖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특히 모두가 한마음으로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의 지침이 무엇인지 잘 알고 열심히 실천하는데 힘써주길 기대합니다. 좋은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오케스트라 각 악기 연주자들이 자기 악기만 열심히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지휘자를 열심히 바라보며 그 지휘에 따라 각자의 역량을 조화롭게 실현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호를 끝으로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 특집 - 최덕기 주교와 함께’ 연재를 마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