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필리핀 CNS】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처참한 폐허 속에서 오히려 형제애와 연대의 정신이 꽃피고, 모든 것이 뽑혀 나간 재앙 속에서도 신앙의 뿌리는 굳건했다.
태풍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레이테섬, 마닐라 빌라모어 공군기지에서 15일 자신의 42번째 생일을 맞은 로엘 곤잘레스씨. 구조요원들이 부르는 축하노래에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옆에서는, 땡볕 아래였지만 사람들은 간소한 그늘막 아래 둥글게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앉아 며칠 동안 굶주렸던 허기를 국수로 채우고 있었다.
레이테섬 동쪽 해안 타클로반시를 덮친 5m의 파도는 도시 전체를 아예 지워버렸다. 곤잘레스씨는 “갑자기 집들이 전부 사라졌다”며 “흔적도 없이, 나무 조각 하나도 없이 모두 사라져버렸다”면서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남은 것은 셀 수 없는 시체들. 그가 아내와 세 아이들과 함께 살아 있는 것은 거의 기적이었다.
그의 가족들은 현재 마닐라로 보낸 상황이다. 식량도 없고, 특히 의약품이 부족한 탓에 아이들이 병에 걸릴 것을 우려해서였다. 잔해들과 부족한 연로, 통신망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이 지역까지 닿기가 쉽지 않은 탓에 타클로반 시 외곽에는 구호물품 도착이 워낙 느리기 때문이다.
곤잘레스씨는 “뜨거운 기후 탓에 시체 썩는 냄새가 점점 더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도대체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참극을 겪는지 모르지만, 그리고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는 결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무엇보다도 주님을 신뢰해야 합니다. 믿음이 없으면,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런 처지가 정말로 제게는 어떤 깊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 주님께서 저를 아직 데려가시지 않은 것은 세상에서 그분께 더 영광을 드릴 시간을 주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일랜드 가톨릭 원조기구와의 연락을 담당하고 있는 에오건 라이스씨는 타클로반의 참상을 보면서 경악스러워했다. 심지어는 버려진 자동차 안에서도 시체가 썩는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는 14일 국제 카리타스 구호대와 함께 타클로반을 찾았다.
“거리는 무너진 집들, 뒤집어진 차들과 시체들로 뒤죽박죽입니다. 누군가가 도시 전체를 들어올려서 공중에다 내팽개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태풍 하이옌이 남긴 참상을 보면서, 오히려 사람들의 신앙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대륙, 유럽과 아시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우리들의 비극에 응답을 주고 있다는 것이 정말 감동적입니다. 처참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 많은 사람들이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들 대부분에게 이런 경험은 엄청난 비극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소중한 체험이기도 합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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