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취임식을 태풍과 함께 드라마틱하게 끝마친 후, 며칠간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자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치스러운 생각과는 달리, 취임식이 끝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교무처장 신부가 얼굴이 상기된 상태로 “총장 신부님! 신문보도 보셨습니까?”하는 것이었다.
내용은 우리 대학이 부실대학(학자금 대출제한대학) 명단에 올랐다는 것이다. 일전에 교과부(교육부)가 특정 대학들을 감사했는데, 우리대학이 감사의 대상이 돼 낌새가 좋지 않았었다. 그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교과부는 대학들을 통폐합시킬 목적으로 ‘대학평가 기준’을 나름대로 세워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하위 대학 15%를 부실대학으로 정했는데, 그 부실대학 명단에 우리 대학이 불명예스럽게도 포함된 것이다. 우리 대학과 관련해 ‘대학평가 기준’ 중 문제가 된 척도는 ‘취업률’이었다.
우리 대학은 사제를 양성하는 곳으로 학부를 졸업한 학생은 거의 대부분 대학원으로 진학하기에 취업률에 문제되지 않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수도원 학생들은 통상 1년간의 수련기간을 거치기에 통계상으로 취업을 못한 것으로 분류된 것이다.
현재 우리 대학은 부실대학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교육부로부터 종교인을 양성하는 종교대학으로 인정받았지만, 그 당시 우리 대학의 실상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상황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우리 대학은 2010년 9월에 불어 닥친 어려움을 지혜롭게 잘 극복했지만, 그 태풍이 또 다시 어떤 방식으로 변형돼 닥칠지 모르기에 항상 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신학교도 급변하는 세상의 한 가운데에 있고,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신학교 상주 사제들은 세상 밖에 나아가 일할 참 사제를 양성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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