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점심을 같이 먹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갔다 약속 시간 10분 전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는데 친구는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다. 얼마나 왜 늦는지도 전화하지 않은 채 친구는 오지 않고 있다. 30분이 지났고, 한 시간이 지났다. ‘사고가 났나’ ‘약속을 잊었나’ ‘전화해볼까’ ‘일어날까’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가면서 불안해진다.
친구와의 점심 약속 시간을 우리는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을까요. 한 시간 두 시간 약속시간 5분전에 길이 막혀서 한 시간쯤 늦을 것 같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으면 우리는 마음 놓고 그 시간동안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열어 만지작거리며 기다릴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친구로부터 연락도 없을 때 우리는 얼마나 기다릴 수 있을까요? 기다리면서 마음은 어떨까요? 기다리지 못하고 포기하고 일어나지는 않을까요?
2시간째 우리가 점심 약속을 한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것은 나와 친구 사이에 우정이 있기 때문이고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혹여 이유 없이 늦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의 약속과 우정이 약속 장소를 떠나지 않고 친구를 기다릴 수 있게 합니다.
우리가 지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누구입니까?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입니까? 12월 25일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우리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 우리 삶 안에 들어오시는 것을 기다리고 청하고 있습니다. 우선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 안에 들어오시기를 기다립니다. 마음이 예수님으로 가득 차고 예수님의 마음이 되어 나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과 친구, 이웃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청합니다. 아기 마음에서 시작해서 마음이 커지고 몸이 마음을 따라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립니다. 우리가 대림시기뿐 아니라 신앙생활 전체를 통해 기다리는 것은 이렇게 예수님이 우리 삶에 깊게 들어와 우리를 당신으로 물들이는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열두 살 어린 예수님이 되고, 세례를 받으러 가던 서른의 어른이 되듯 우리의 믿음과 신앙이 예수님처럼 성장해 나가기를 아기 예수님의 도착을 기다리는 이 대림시기에 청합니다.
매년 12월 25일에 우리는 아기 예수님을 맞이합니다. 24일 밤에 우리는 성대한 전야 미사를 통해 아기 예수님을 기쁘게 맞이합니다. 이 기쁨이 성탄절 하루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부터 시작하는 대림시기를 충실히 보냅니다. 본당에서 준비하는 특강에 참석해서 좋은 말씀을 마음에 담고, 생활 안에서 잘 실천하고자 노력합니다. 판공성사를 통해 티 없이 맑은 아기 예수님을 온전히 마음과 몸으로 맞이하려 준비합니다.
이 기다림과 준비가 아기 예수님을 위한 것입니까, 우리 자신을 위한 것입니까? 우리는 아무 것도 안 하면서 기다릴 수 없습니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늦게 오는 친구를 기다릴 때 우리의 마음은 산란해지고 몸은 무엇인가를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기다리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대림시기를 통해도 착하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모든 행위들과 마음은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내가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가 예수님과 한 약속이 이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예수님과 나누는 우정이 바로 이렇습니다. 예수님을 기다리고 또 준비하는 것입니다.
약속 시간을 넘기고도 약속 장소에 도착하지 못한 친구는 어떤 마음일까요. 내 친구가 나를 끝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확신과 희망을 가지며 빠른 걸음으로 오고 있을 것입니다. 연락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 시간마저 아까워 뛰어오고 있습니다. 약속 장소가 저 만치서 보입니다. 도착이 임박했습니다. 그 친구는 얼마나 기쁠까요. 나를 기다려준 친구를 만날 생각에 가슴이 마구 뜁니다. 그리고 약속 장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 기다려 준 친구를 마주했을 때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도 이럴 것입니다. 당신을 기다려준 우리의 우정과 약속에 기뻐할 것입니다. 기다리고 준비해서 맞이한 아기 예수님을 우리가 받아 안으면서 기뻐할 때 예수님도 우리를 보시며 기쁨의 미소를 지을 것입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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