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곽영숙(마리아·62·대구대교구 칠곡본당)씨는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어 집 근처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곽씨에게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그 후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울혈성 심부전 진단을 받았다. 수술하기에 너무 약했던 혈관 때문에 약물로 혈전을 제거했다.
그러던 중 뇌경색도 발생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곽씨는 뇌의 점상출혈로 인해 수술을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이 높아 섣불리 퇴원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약물치료에 의존하고 있던 곽씨는 얼마 전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됐다. 도저히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곽씨는 중환자실에서 일곱 번의 심정지를 이겨내고 일반병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성공적인 수술의 기쁨도 잠시, 쌓여만가는 병원비는 절망을 가져올 뿐이다.
월세 10만 원짜리 다세대 주택에서 비가 오면 비가 샐까 걱정하며 추운 한겨울을 전기장판에 의지해 지내야 하는 형편에 한 달 치료비만 450여 만 원이 필요한 곽씨, 그동안의 치료비와 수술비는 벌써 2000여 만 원이 넘었다.
남편 이종웅(가스발·65)씨와 아들 이용수(도날드·31)씨도 이런 상황을 한숨으로 지켜 보고 있다. 서문시장에서 섬유도매업을 했던 이씨는 본당에서 사목회 총무 등 다양한 활동을 했으며 신앙생활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1998년 IMF로 인해 이씨 부부는 둘 다 신용불량자가 됐고 산더미 같은 부채만 쌓인 상태. 공사판을 전전하며 간신히 생계를 꾸려가던 이씨는 4년 전부터 묘지 이관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겨우 일감을 얻는 실정이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서른살이 다 된 나이에 대학교를 졸업한 아들 용수씨. 집안을 다시 일으켜 보겠다고 돌침대, 주류 배달 등 힘든 일들을 도맡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보태왔지만 이제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사회사업팀 김진희 사회복지사는 “늘어만 가는 병원비와 집안상황 걱정 탓에 곽씨는 하루빨리 퇴원을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종웅씨와 용수씨는 비위생적인 주거공간에 환자를 데리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병원비가 걱정되면서도 퇴원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곽영숙씨에게 관심을 청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원목실 김민철 신부는 “도움을 주신다면 병원비 해결과 함께 이씨 가정이 살아갈 안전하고 위생적인 주거공간을 병원 가까운 곳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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