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이 많은 세상 속에서도 베들레헴의 별은 그 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오롯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온 마음으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리고 있습니다.
가톨릭신문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세상에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우리 곁에 떠 있는 베들레헴의 별들을 만나봅니다.
가진 것이 많아도 나눌 줄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나서서 몸소 나눔을 실천하는 이가 있다. 이웃에 진정한 ‘별’이 되어주는 사람, 바로 대구 분도석유/주유소 김현철(베네딕토·53·삼덕젊은이본당) 대표다.
20여 년 전 한때 교도소에서 보낸 힘겹고 어두웠던 과거를 청산하고 자전거 석유배달로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던 그는 무료급식소 ‘요셉의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다가 추위에 떠는 노인들에게 기름 한 통을 선사하며 ‘나눔’이란 것을 처음 경험했다. 그날 생애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고, 봉사의 기쁨을 느꼈다. 이 일을 시작으로 김씨는 물질적으로 넉넉지 않은 처지에서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왔고, 이후 그의 인생은 그의 세례명 ‘베네딕토’처럼 축복받은 삶으로 이어졌다. 1996년에는 ‘분도석유’를 시작으로 총 4개의 분도주유소를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사업이 번창할수록 나눔도 더욱 커졌다.
김씨는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 1ℓ당 1원씩을 적립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불우이웃을 돕고 있고, 무료급식소를 비롯한 복지시설과 지역 소외계층에 난방유를 공급하는 등 나눔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또 ‘분도장학금’을 통한 어려운 학생 지원, 어르신 효도관광, 장애인 부부 결혼식·신혼여행 지원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 기름 1리터당 1원씩을 기부하는 분도주유소.
그를 만나기 위해 주유소로 들어서니 “분도는 한방울의 기름도 속이지 않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사회적 기업 ‘(주)분도축복을전하는사람들’이라는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오랫동안 나눔을 실천해 온 그였지만,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 김씨는 2009년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입학,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전문성을 키워나갔다. 단순히 물질적인 도움을 넘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희망’까지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주유소를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했다.
“예전엔 물질적인 것만을 도와줬을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사회적기업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2012년 4월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주)분도축복을전하는사람들’은 주유소를 기반으로 사회취약계층(고령자, 장애인, 장기 실직자 등)을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이익금을 다시 일자리 창출과 지역민을 위해 나누는 사회적기업이다.
이를 위해 2009년부터 ‘분도아카데미’를 개설, 취업취약계층 직업교육 및 취업연계, 일자리 체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600여 명의 수료생들이 아카데미를 거쳐갔다. 특히 주유소에 사회복지사를 채용해서 복지 지원 업무를 진행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 사회적기업 및 장애인보호작업장 등에서 만든 제품을 홍보·판매하는 ‘분도마트’ 코너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유류판매·고압스팀세차·재활용 수거사업 등 다양한 사업들이 나눔과 연계돼 있다. 더불어 주유소 부스를 이용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Brown&분도’도 곧 문을 열 예정이다.
▲ 김현철 대표가 분도아카데미 교육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물론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길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과거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해야 했고, 자기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했다.
“천사 흉내내기 너무 힘들어요. 과거를 딛고 지금처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죠.”
한때는 너무 힘이 들어 하느님과 자신에게 원망도 많이 했단다.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원망도 많이 했죠. 차라리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시작도 안 했을텐데 말예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그는 “십자가 없는 부활이란 있을 수 없듯, 어려움 없이 무언가를 이뤄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동안은 자신의 생각처럼 잘 따라주지 않는 직원들이 못마땅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강제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자신이 바뀐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또 용기를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마귀도 천사도 나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며 “나는 변했기에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해야 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무실 책상 한 켠에 그가 처음 기름배달을 하던 시절의 사진을 올려둔 이유다.
그의 노력은 결국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다. 직접 선교를 하진 못했지만 그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세례를 받아 새 삶을 시작한 이들도 여럿 있다. 김씨는 지금도 수감자들로부터 편지가 많이 온다며 자랑스럽게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김씨의 노력이 소중한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인 듯 또박또박 써내려간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대표님께 배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나눔입니다. 나눔은 더 큰 기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김현철씨를 두고 ‘인생역전’에 성공했다고들 하지만, 그는 마지막 날 하느님 앞에서 판가름 받고 싶다고 밝혔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 하느님께 칭찬 한마디 들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때가 언제올 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늘 깨어있으라’는 성경말씀처럼 언제나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죠.”
하느님 칭찬 한마디를 듣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김씨는 “자동차가 기름을 에너지로 삼아 굴러가듯 사람도 살아가도록 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희망과 행복으로 살아갈 힘을 주는 ‘분도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래서 ‘(주)분도축복을전하는사람들’의 경영 슬로건도 ‘분도의 한방울 기름이 내일을 만드는 기적의 에너지가 됩니다’로 정했다.
축복받은 사람 ‘분도’. 나눔을 몸소 실천하며 스스로 꽃을 활짝 피운 그는 “이제 다른 많은 사람들도 꽃을 피워 각양각색의 분도 꽃밭을 가꾸려 한다”며 “그 씨앗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꿈이 있고 목표가 있다면,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노력해 나갈 때 기적은 반드시 이뤄집니다. 사람들에게 기적을 이뤄주는 희망의 분도 에너지를 더 많은 곳에 전하고 싶습니다.”
▲ ‘사회적 기업’ 분도주유소의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