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젊은이들이 자문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이란 늘 내 옆에 있었는데 정작 내 영혼을 위해 읽은 책을 꼽으려니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라는 전쟁을 치르자마자 취업과 결혼을 위한 온갖 ‘스펙’ 쌓기에 바쁜 터라 책 읽기는 녹록잖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게다가 신심서적을 읽을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다고.
그런데 그 ‘책’이 젊은이들을 ‘신세바’의 삶으로 이끈 매개가 됐다. ‘신세바’의 삶은 신앙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신앙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이다.
지난 수요일 저녁. 대학 기말고사, 직장 회식, 친구들과의 송년 모임 등을 뒤로하고 10여 명의 20~30대 젊은이들이 수원 율전동성당 사랑방에 모였다. 손에는 신심서적과 성경 한 권씩을 들고 있었다. 12월까지 읽기로 한 책은 「그러니, 십계명은 자유의 계명이다」이다. 이날은 십계명 중 7·8계명에 관해 토론하면서, 소유의 여러 가지 의미와 겉치레를 위해 거짓증언을 하는 모습, 인간관계의 이면 등 평소 잘 의식하지 못했던 행동들에 대해 생각의 폭을 넓혔다.
먼저 지난 모임 이후부터 읽은 성경구절을 놓고 대화를 시작했다. 곧이어 선정한 책에 대한 나눔을 펼쳤다. 생각한 바가 좀 부족해도, 발표 중에 좀 더듬대도 젊은이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의견을 보태가며 나눔을 이어갔다.
‘신세바’(신앙으로 세상 바라보기&바꾸기)는 수원교구 율전동본당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매월 2회 진행되는 신심서적읽기 모임이다.
이 모임의 중심에는 한민택 신부(수원교구 복음화국 부국장)가 있다. 한 신부는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신앙’에 익숙해지고, 이 과정 안에서 더 잘 알고 더 굳건히 믿게 된 것을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자 신심서적읽기를 권유했다.
한 신부는 “젊은이들은 삶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일궈나갈 역량이 충분하며, 이는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라며 “신심서적 읽기는 그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해답을 찾아 삶 안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끄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전한다.
신세바 젊은이들도 ‘신앙이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알고 싶은 목마름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신앙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터에 책 읽기 모임은 일상의 든든한 나침반으로 다가왔다.
“모태신앙인인데도 내가 뭘 믿는지 전혀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신앙과 생활은 별개라는 생각이 내 안에 늘 자리 잡고 있었어요. 부모님들에게서도 하느님 말씀을 따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천국에 가기 위해 성당에 다니는 것 같은 모습을 발견했고요.”
▲ 젊은이들은 신심서적을 읽고 내 존재와 신앙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하느님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어 설렌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젊은이들에게 신심서적읽기가 처음부터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우선 신앙적인 내용들은 마음의 불편함을 가져왔다. ‘현실을 너무 모르고 쓴 책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고, 신심을 강요하는 듯한 기분도 떨치기 힘들었다. 하지만 책을 꾸준히 읽고 여럿이 의견을 나누다 보면, 어느 틈엔가 각자의 생각이 한 뼘씩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심서적을 읽으면서, 막연하게만 느꼈던 신앙에 대해 새롭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느님을 찾고 다양한 경험들을 공유하는 가운데 신앙이 얼마나 큰 보화인지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하느님이 내 삶의 토대가 되어간다는 것을 느낀다는 ‘신세바’ 젊은이들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