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부르심에 ‘네’하고 순명한 대가는 그야말로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교황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사절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지요.”
한홍순 전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토마스·70·이하 주교황청 대사)는 ‘언제 어디에 있든 부름 받은 평신도’로서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하는데 정평이 난 인물이다. 그는 주교황청 대사로서 3년 5개월간의 임기를 마치자마자 세계종교회의에서 한국교회와 종교, 사회, 경제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후 귀국했다. 또 한국엔 며칠 머물지도 못하고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정기총회 참석차 출국했다. 외교사절로 임명되면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평신도평의회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곧바로 시작된 것이다.
짧은 체류 기간 동안 가진 인터뷰에서 한 전 대사는 “최근 교황청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는 아시아의 중요성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많이 확산돼왔다”며 “하지만 한국의 성장과 변화에 대한 관심에 비례해, 한국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리는 노력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지속적인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전 대사가 임기 동안 한국과 한국교회에 대해 보다 폭넓게 알리기 위해 가장 큰 힘을 실은 부분은 바로 교황 방한 추진이다.
한 전 대사는 대사로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교황 방한을 요청했고, 이후 다각도로 펼친 외교활동 안에서도 교황 방한을 늘 중점 사안으로 제시해왔다.
“아시아 복음화의 원대한 목표가 더욱 증진되기 위해서는 교황님의 한국방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늘 강조해왔지요. 한국교회가 아시아 복음화의 구심점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 만큼, 교황님의 방한도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합니다.”
특히 한 대사는 교황 방한을 구체화하는 노력의 하나로, 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시성 추진에도 발 벗고 나섰다. 시복시성 관계자들도 “신앙을 위해 자기목숨을 바친 것은 가톨릭신앙의 공유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인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한 전 대사의 설명에 적극 공감해왔다. 교황청 고위인사들 뿐 아니라 세계 각국 외교계와 학계, 문화계, 언론계 등에 한국과 한국교회를 알릴 수 있었던 것도 한 전 대사가 매일같이 발로 뛴 결과였다.
지난 2010년 6월, 그가 주교황청 한국대사로 임명되자 각계에서는 ‘준비된 대사’라는 격려가 이어진 바 있다. 그의 재임기간은 이러한 기대에 걸맞게, 외교사절로서 뿐 아니라 한국 평신도로서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소명을 실현해온 시간이었다.
아울러 한 전 대사는 교황 방한을 낙관하는 것만큼 한국교회에 새로운 추기경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한 전 대사는 “한국은 일제 식민폭정과 분단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사회경제적 성장과 교회 성장을 함께 이룬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나라”라며 “특히 한국은 새로운 추기경을 맞이할 객관적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다변화되는 세계 흐름 안에서 복음화의 주도적인 역할을 충분히 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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