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에 있으면 새로운 만남과 이별의 순간을 해마다 맞이한다. 새로운 만남이란 신입생들을 맞이할 때이고, 이별이란 신학교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친 부제들을 신학교에서 떠나보내는 순간이다.
신입생들을 맞이할 때는 기쁨으로 충만하지만, 부제들을 떠나보낼 때에는 여러 마음이 교차한다. 한편으로는 보람된 순간이기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 밖에 나아가 사목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염려의 마음이 뒤섞여 있다. 어찌하던지 간에 부제들을 떠나보낼 때는 묘한 감정들이 얽혀있다.
신학교에는 생활지도와 영성지도 신부들이 교육을 맡고 있는데, 이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신학생들의 모든 면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판단한다. 신학교 양성자들에게 있어 고충은 신학생들의 성소를 심의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곳의 모든 신학생들이 사제가 되기를 원하지만, 신학교는 교회를 위해 봉사할 참 목자를 양성할 의무가 있기에 때로는 아픈 결정을 내릴 때도 있다.
이러한 신학교의 모든 과정을 무사히 통과한 이들에게 ‘신학교로부터의 떠남’은 남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신학교는 단순히 스쳐지나간 장소가 아닌, 사제직을 위해 자신의 온 청춘을 불사른 장소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신학교를 떠나는 부제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인 ‘가을 소리 마당’에서 한 부제가 울먹이면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바 있었다. 그 부제의 울먹임 안에 들어있는 숨겨진 말을 같은 과정을 겪은 한 선배로서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성경 구절 중에 ‘내가 너희를 독수리 날개에 태웠다’(탈출 19,14)라는 말씀이 있다. 이는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어떻게 다루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독수리는 자신의 어린 새끼가 잘 날 수 있도록 때가 되면 과감하게 보금자리에서 밀쳐 떨어뜨리지만, 날지 못하는 어린 새끼를 자신의 큰 날개로 받아 보호한다고 한다. 신학교 양성자의 입장에서 어미 독수리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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