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교황이 어떤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을 때, 그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 누구일까? 폴란드 출신의 ‘알모너’(Almoner)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대주교가 바로 그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알모너’란 중세말 영국 수도원 등에서 가난한 사람에게 자선을 베푼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었다. 근세에 들어와 가난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서 도와주는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을 알모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으로 선출된지 며칠 후,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자신의 직무를 강조하면서 “오 저는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원래 13세기 이래 원로급 고위 성직자들의 명예직이었던 이 직책이 프란치스코 교황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교황은 불과 50세의 크라예프스키 대주교를 이 자리에 임명했고, 그를 거리로 내몰아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다니게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알모너 크라예프스키 대주교는 최근 몇몇 이탈리아 언론인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어떻게 교황의 손발이 되어 일하고 있는지를 전해주었다.
그의 업무는 전적으로 교황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는지에 달려 있는데, 매일 아침마다 근위병이 교황으로부터 한 다발의 편지를 전해 받는다. 모든 편지마다 교황이 친필로, “나가서 만나시오”라든가, “어떤 방법으로 도울 수 있을지 알아보시오”, 또는 “대화를 나눠 보시오” 등의 지시가 적혀있다.
이 편지 다발을 들고 대주교는 로마의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를 방문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단지 위로 받기를 원하는 가난한 가족들을 찾아내는 일까지 매우 다양한 자선활동을 교황을 대신해서 수행한다.
이탈리아 람페두사 불법이민선박 전복으로 350여 명이 희생됐을 때 현장으로 가서 구조된 사람들에게 가족에게 전화를 해 살아있다고 알려주도록 전화카드 1600장을 사서 나눠준 것도 크라예프스키 대주교, 교황의 알모너였다.
한번은 로마의 한 여성이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 누군가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54유로를 훔쳐갔다고 말했다. 교황은 대주교에게 이 편지를 주었고, 대주교는 이 여성에게 수표로 200유로를 전해주었다.
척수성근위축증이라는 병을 앓던 18개월 된 어린아기의 이야기는 감동이다. 노에미 쉬아레타라는 이름을 가진 이 아기의 아버지가 교황에게 편지를 썼다. 어찌할 수 없는 슬픔에 교황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크라예프스키 대주교가 병원으로 아기를 찾아갔지만 상태는 더 심각해졌다. 보고를 받은 교황은 아픈 아기의 가족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직접 만났다. 그리고 자신이 묵고 있는 ‘마르타의 집’에 그들을 재우면서 위로해주었고, 다음날 알현석상에서는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자들과 함께 아기를 위해 기도했다.
크라예프스키 대주교는 이렇게 말했다. “원칙은 이렇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있고 그들의 삶을 공유하라, 15분이나 30분, 단 한 시간이라도.”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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