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명의 젊은이들이 엎드린 자리에서 스무 명의 사제들이 일어났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필리 1,21)하고 고백한 새 사제들을 바라보며 부모님들은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경사스러운 날,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아내던 부모님을 향해 새 사제들이 다가와 평화의 인사를 나눈다. “평화를 빕니다.” 미사 중 늘 하던 인사이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간절한 마음이 담겼다.
이제 같은 사제로서 목자의 소임을 함께할 동료가 된 이들을 축하하며 사제들은 환영의 포옹을 나눴다. 안수기도 중에 행여나 안경 때문에 다칠까봐 조용히 안경을 벗겨주고, 서투르게 입은 제의를 바로 잡아주며,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는 모습에서 진한 가족애가 느껴졌다.
“교구 설정 은총의 50주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희년둥이 스무 분의 사제들이 탄생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말에 이어 성당 안에 모인 모든 이들이 한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부모님을 모시러 온 사제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하고 이제야 부모의 얼굴도 기쁨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새 사제들을 길러준 영광의 아버지, 어머니라는 말에 쑥스럽긴 하지만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축하해주는 신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서품식이 끝나고 정자동주교좌성당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수막은 기본이고 LED를 이용한 화려한 팻말까지 다양한 축하 문구들이 성당 앞을 장식했다. 찬바람이 불어와도 이날의 기쁨을 누그러뜨리진 못했다. 몸은 떨고 있어도 얼굴에 가득한 웃음은 떠나갈 줄 몰랐다. 여기저기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대고 축하의 인사가 쏟아지는 즐거운 축제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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