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에서 양성자로 있으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자주 있는데, 특히 신학생들이 한 학년씩 올라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그러하다. 학부 1학년 때 철부지 모습으로 입학한 신학생들이 어엿하게 성장해 서품을 받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양성자의 한 사람으로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예전에 이곳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셨던 어떤 평신도 교수님은 “신학교는 참으로 신비로운 곳입니다”라고 자신의 소감을 피력한 바 있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가톨릭 신학교가 특이하고, 신비스러운 공동체라고 생각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신학교가 독신을 지키려는 학생들로 구성된 독특한 공동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행복해지기를 원하고,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잡기 위해서 젊은 시절에 자신의 정열을 바친다. 사회적 통념으로 보면, 인생에 있어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행복한 삶의 척도이지만, 신학교에 지원한 학생들은 가정 대신에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교회와 소외된 이들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을 간직한 이들로 구성된 신학교는 신비롭게 보이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양성자의 한 사람으로 신학생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그들의 모습 안에서 예전 신학생 때의 나의 모습이 반추되어서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에게서 배우고 얻을 점들이 많이 발견된다. 신학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얻는 가장 소중한 것은 예전의 것을 ‘기억하고 반추’해 늘 새롭게 하는 것이다. 때로는 매너리즘에 빠져 예전 신학생 시절에 간직했던 ‘첫 마음과 열정’이 조금씩 바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마다 이곳의 젊은 열정과 패기가 나의 마음을 다잡게 한다.
예전 중국 은나라 시조인 성탕(成湯)이란 임금이 자신이 사용하는 대야에 ‘일일신 우일신’(日日新又日新) 이란 글귀를 자신이 사용하는 대야에 새겨놓고 매일 아침 보았다고 한다. ‘날마다 새롭게 하라’는 말씀은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 오늘도 새로운 마음으로 신학생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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