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권유로 이뤄진 하나원 교육생들과의 첫 만남은 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어요. 그들에게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느껴졌지요. 그것이 봉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어요.”
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관할을 맡고 있는 안성 하나원에서 북한이탈주민과 만나는 문혜련(안젤라·51·수원대리구 영통성령본당)씨에게 나눔은 공감에서 비롯된 선물이다.
“하나원을 수료한 이들을 만나러 가정방문을 나가보면, 정말 어렵게 사는 경우가 많아요. 한여름에 냉장고가 없어 베란다에 음식을 내놓을 정도로, 변변한 세간도 갖추지 못하고 사는 경우도 많지요. 이런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아픕니다.”
문씨는 본당 봉사자들과 매월 2, 3째주에 하나원을 찾는다. 미사 전례를 돕기도 하고, 노래를 함께 부르며, 간식을 나누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향을 등지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북한이탈주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위로하고 신앙생활을 즐겁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한 달에 1, 2회 정도 가정방문을 나가 친정엄마처럼 함께 살림살이를 사고, 장을 봐 밥을 지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와 같은 나눔과 봉사 끝에 큰 보람의 열매는 달지만, 개인의 시간과 경제적인 부분이 담보로 요구되기도 한다. 하지만 문씨는 나눔과 봉사는 아낌없이 줄 때 더 큰 보람이 따라 온다고 말한다.
“우리 이웃을 위해 아까워하지 않고 나누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이 자선주일에 필요한 나눔의 자세가 아닐까요. 지금도 보고 싶다며 연락해오는 친구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가끔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고, 막막하기도 하지만, 문씨는 봉사를 시작했던 첫 느낌을 다시 생각하며 힘을 낸다. 하나원 봉사자들의 올해의 목표는 생계에만 몰두하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신앙생활의 기쁨을 알려주는 것.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은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해 신앙생활을 소홀히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최고의 기쁨은 같은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우리의 목표이기도 하지요.”
최근 문씨를 비롯한 봉사자들은 150포기 분량의 김장을 해,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전달했다. 또한 곧 하나원 교육생들을 위한 성탄제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싸 가지고 가서, 함께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뛰어난 재능은 없지만,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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