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하면, 오늘 날 5대양 6대륙을 넘어 새로운 대륙이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이 대륙에는 어른들은 쉽게 갈 수 없고, 청소년만이 쉽게 넘나 들 수 있다. 이 대륙은 과연 어디일까? 바로 ‘디지털 대륙’이다(제43차 홍보주일 담화).
교회의 선교 사명은 모든 민족들을 복음화 하는 데 있다(마태 28,19). 우리 어른들은 이 디지털 대륙의 지리를 몰라 쉽게 찾아갈 수 없지만, 이 대륙에도 복음을 선포할 일꾼을 보내야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도 디지털 대륙에 직접 들어가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아시고 만 85세의 연세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트위터를 시작하셨다. 교황의 아이디인 Pontifex는 ‘다리 놓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교황께서 디지털 대륙으로 상징되는 청소년의 세계에 하느님의 세계를 잇는 사람이 되고자 하셨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두 세계가 있다. 하나는 청소년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세계이다.
디지털 대륙으로 상징되는 청소년의 세계에서는 디지털 기기와 매체의 사용이 무척 자연스럽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최신 영상 기술과 화려한 이미지에 익숙한 이 세계에서는 ‘빠르고 즉각적이며,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가 핵심이다. 이 세계는 변화에 민감하고, 열정에 넘치며 젊음이 가진 역동성과 창조성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신속하고 즉각적인 성격과 매체를 통해 손쉽게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현대 사회의 독소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의 문화(이기주의와 향락주의, 물질만능주의 등)에 빠르고 강력하게 잠식될 수 있다.
또 다른 세계인 하느님의 세계에는 삼위일체의 신비, 일곱 가지 신앙의 성사,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하느님 나라의 완성과 영원한 생명과 같은 교의(dogma)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 안에는 우리 신앙의 원천이자 확실한 증거인 성경을 통해 전달되는 생명의 말씀이 담겨 있다.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 상황 속에서 교회의 가르침과 신앙을 실천하고 성령의 은총과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도록 돕는 가톨릭교회의 윤리와 기도생활 등 신앙의 유산이 가득하다.
과연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 두 세계는 만나기 어려운 것일까? 우리는 죽음의 문화가 빠르게 잠식돼 가는 청소년 또한 하느님이 빚으신 피조물로서 창조주께로 돌아가고자 하는 갈망(가톨릭 교회 교리서, 27항)을 원천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의 세계 안에도 분명 하느님의 손길이 내재돼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움직임을 읽고, 열정과 젊음의 창조적인 에너지와 죽음의 문화가 혼재돼 있는 청소년의 세계에 하느님의 세계가 지닌 생명과 사랑의 문화가 지닌 빛을 비춰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복음화의 사명으로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구원을 중재하고자 애쓰는 것이 곧 사목(司牧)이다. 그리고 디지털 대륙을 복음화하는 것이 청소년 사목이며, 그 복음화의 일꾼이 ‘다리를 놓는 사람’인 디지털 대륙의 선교사인 것이다. 청소년의 세계와 하느님의 세계를 연결하기 위해 기꺼이 청소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디지털 대륙의 첫 번째 선교사는 청소년 사목자이다. 이들은 청소년들의 언어와 문화 한 가운데 살면서 하느님의 세계가 지닌 빛을 통역해주는 사람이다. 디지털 대륙의 두 번째 선교사는 신앙공동체의 성인들, 청소년 세대의 부모들이며 성숙한 어른들이다. 냇가에 작은 돌다리를 놓듯 신앙의 징검다리를 삶으로 놓아가는 가정과 공동체의 어른들은 청소년 세계에 신앙의 유산을 전달하는 전승(traditio)의 전달자인 것이다. 이들이 청소년 세계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두 세계를 연결하기 위해 노력할 때 하느님 세계의 빛은 점차 청소년의 세계를 잠식하고 있는 죽음의 문화를 밀어내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 가장 본질적인 디지털 대륙의 선교사는 청소년, 청년 자신이다. 청소년과 청년은 자기 안에서 울리는 내적 갈망에 귀를 기울이며, 그리고 공동체의 성인과 사목자들이 놓는 신앙의 징검다리를 통해서 하느님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복음화 된 청소년, 청년은 디지털 대륙의 지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대륙의 젊은이들을 하느님의 세계로 이끄는 또래 사목자(Peer Minister), 혹은 또래 사도가 돼야 한다. 이렇게 세 부류의 디지털 대륙의 복음화의 일꾼들이 온 교회와 더불어 두 세계를 연결할 때 청소년의 세계인 디지털 대륙이 복음화 될 것이다.
“자모이신 성 교회여, 디지털 대륙에 신앙의 징검다리를 이어가자.”
조재연 신부는 1990년 사제품을 받고 2009년 가톨릭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 주임, 햇살청소년사목센터장,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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