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선교사목국장 강신모 신부(사진)는 교회의 중산층화를 문제시하기에 앞서 그 용어에 대한 정리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회의 중산층화는 교회 신자 구성에 있어서 중산층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지탄받아야 할 죄’는 아니라고 정의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의 결과로 중산층이 증가한 상황에서 한국 가톨릭교회는 적극적인 사회정의 활동, 봉사 활동을 펼침으로써 중산층의 마음을 얻게 됐고 그들이 가톨릭교회에 급격히 몰려들기 시작해 그 결과 교회의 신자 구성비도 중산층이 두터워졌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교회는 신자 대다수가 가난했기에 특정 계층에게 사목의 초점을 맞추거나 소홀히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중산층 신자 수가 짧은 기간 동안 급증하는 사태 앞에서 교회의 관심은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쏠리게 됐고, 여전히 존재하는 가난한 신자들에 대해서는 사목적 배려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현상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강 신부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구원하셨다. 그러므로 당신은 고귀한 존재다’라는 신앙의 진리는 생활이 안정돼 있는 중산층에게는 쉽게 받아들여지는데 반해, 가난한 이들은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데 왜 나는 이런 곤경 중에 살아야 하는가?’라고 자문할 수밖에 없고, 교회가 선포하는 신앙의 진리를 체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예수 그리스도 복음선포의 핵심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임에도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가난한 이들이 계속 교회를 떠났지만 더 많은 중산층이 교회에 들어왔기 때문에 교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강 신부는 분석했다.
한국교회가 어려운 시대를 지나오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애썼던 것은 경탄할 만한 일이고 가톨릭교회 전체의 이미지가 제고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강 신부는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며 “가난한 이들의 문제가 특수사목으로 축소돼 인식됐고 본당에서는 냉담교우에게 관심을 집중하면서도 냉담 이유의 대부분이 가난의 문제라는 점에는 인식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강 신부는 신자증가율 정체, 냉담률 증가 등 ‘신앙의 위기’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기존의 중산층이 신자유주의 체제가 들어서면서 다시 상층과 하층으로 세분돼 하층부는 빈곤층화 되면서 교회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 가난한 이들의 교회 이탈이 있었다면 이제는 중하층의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강 신부는 가난한 이들을 교회로 끌어들이려면 무엇보다 교회가 그들에게 ‘인격적 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난한 이들이 처한 ‘현실의 진리’는 단순히 말로 전달되는 신앙의 진리와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인 가난한 이들에게 사제 혼자서 신앙의 진리를 ‘인격적으로’ 전달해줄 수는 없다. 강 신부는 “가난한 이들에게 직접 다가갈 평신도 사도들이 필요하고 한국교회가 많은 노력을 경주한 소공동체 운동 역시 평신도 사도들의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신부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복음화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가르치기에 앞서 듣는 교회가 되는 것”이라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헌장’ 반포는 교회가 신자들의 구체적 생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 이전 공의회에서는 없었던 획기적 사건이었지만 한국교회에는 그 용어만이 전해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 신부는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낮은 자세로 신자들의 발을 씻겨주고 가난한 이를 찾아나서는 모습 때문이지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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