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또한 ‘신앙의 해’를 보내며 신앙의 근본 가치를 회복하고 삶을 쇄신하려는 노력들을 다각도로 펼쳐왔다. 반면 이 한 해는 신자들의 생활 안에도 뿌리 깊게 자리한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다원주의 등을 떨쳐내고 사회적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사목적이고도 선교적인 회개’를 이루려면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는 성찰을 이어간 시간이기도 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내적 쇄신의 노력, 신앙의 가치를 회복하고자 하는 발걸음에 집중적으로 힘을 쏟아온 한국교회 지난 일 년을 돌아본다.
신앙의 해
2012년 10월 11일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자의교서 ‘믿음의 문’ 발표로 막이 올랐던 ‘신앙의 해’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2013년 한 해 전국 각 교구에서는 ‘새로운 열정·새로운 방식·새로운 표현’으로 복음화에 나서는 모습들이 다채롭게 이어졌다.
우선 각 교구는 구체적 사목 현실을 반영해 ‘신앙의 해’ 사목교서와 실천지침 등을 발표, 관련 교육과 활동들이 더욱 힘 있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각 본당과 단체 등에서는 신자 재교육 장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배우고 개개인의 삶 안에서 실천하는 노력에 박차가 가해져 관심을 모았다. 관련 학술·문화·신심 행사 등도 꾸준히 마련됐다.
반면 ‘신앙의 해’ 막바지에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조사한 신앙생활 실태에서는 한국 신자들의 1/3 가량이 ‘신앙의 해’ 선포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만큼 ‘신앙의 해’에 관한 알림과 이해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이어져 아쉬움을 더했다.
그러나 각 교구는 성숙한 신앙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지속적인 교육과 노력 등이 필요하다는데 공감, ‘신앙의 해’를 새로운 신앙 쇄신의 출발점으로 삼고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뜻을 밝히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 지난 5월, 대전 송촌동본당서 열린 ‘신앙의 해 기념 신학강좌’에서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가 ‘올바른 성모신심’을 주제로 신자들에게 강의하고 있는 모습. 올해는 신앙의 해를 지내며 각 본당과 단체 등에서 신자 재교육의 장이 활발하게 마련됐다.
새로운 복음화
전국 각 교구가 신앙쇄신을 위해 지난 한 해 더욱 집중적으로 연구, 실천해온 부분은 ‘새로운 복음화’를 향해 있다.
특히 주교회의가 최근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주일미사 참례율과 각종 성사 지표를 향상시키는 방안으로 일선 사목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의 의견을 통합적으로 수렴, 주교회의 차원의 공동 사목 방안 마련을 추진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구체적으로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신앙의 해’를 맞아 산하 복음화위원회와 신앙교리위원회 등에서 연구해 오던 ‘주일 미사전례 활성화 방안’과 ‘신자들의 주일미사 의무와 고해성사에 관한 사목적 배려 방안’ 등에 관해 각 교구별로 토론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으며,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목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앞서서는 ‘현대 세계의 문화 상황과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첫영성체·예비신자교리·견진성사·주일학교 등 한국교회의 전통적 신앙 교육의 장 안에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가톨릭사목연구소는 ‘새로운 복음화’를 기치로 연구와 세미나를 지속, 한국교회의 주요 사목과제를 ‘새로움’의 관점에서 진단하고 실천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이어오는 중추 기관이다.
또한 가톨릭사목연구소는 ‘한국적 소공동체 모델 모색을 위한 사제 워크숍’을 통해 한국교회 소공동체 사목의 문제점과 한계를 객관적으로 짚어보고 구체적인 가능성과 비전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으며, 올바른 소공동체 구현을 위해 ‘구역’ 단위의 공동체 운영 필요성 등도 제시했다.
생명을 위하여
한국교회의 생명수호운동은 이제 각 교구 및 본당 등의 필수적인 사목과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도 지속적인 지원이 더해지고 있다.
구체적인 활동 안에서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본당 생명교사를 양성, ‘찾아가는 생명교육’ 인프라를 탄탄히 한 점이 눈길을 끈다. 또 신학원 형태이긴 하지만, ‘교황청립 라테란대학교 혼인과 가정 연구를 위한 요한 바오로 2세 대학’의 교육 과정을 배울 수 있는 대전가톨릭대학교 혼인과 가정대학이 문을 연 것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몸 신학’ 교리서가 한국어로 출간됐다는 점도 관심을 모았다.
모자보건법이 우리 사회 ‘악법’으로 자리한지 40년을 넘어서며, 이를 개정하기 위한 대사회적인 노력도 활발하게 펼쳐졌다. 특히 교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연명의료 제도화가 그릇되게 진행되는데 제동을 걸고, 제도화에 앞서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화와 시설 확충, 병원윤리위원회 활성화 등 사회적 인프라 마련을 촉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가톨릭신문이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와 함께 펼친 ‘행복해져라’도 언론계에서는 유례없이 ‘자살 예방’을 연중 주제로 다룬 기획으로, 교회 안팎에 자살에 대한 의식 개선과 예방 활동을 확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와 생명운동본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공동세미나를 통해 그동안 한국교회 생명운동이 이론 혹은 구호를 외치는 차원에서 머물러 신자들의 삶과도 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성찰하고, 교회 안팎 생활에서 실천되는 구체적인 생명운동 프로그램 확산 등에 더욱 힘을 실어나갈 의지를 밝혔다.
순교신심 고양
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이 이르면 내년 중에 확정될 것이라는 소식은 한국 신자들을 설레게 한 또 하나의 기쁨이었다.
이러한 결실의 배경에는 시복시성을 우리 믿음과 삶의 한 부분으로 적극 받아들여, 일상 안에서 구체적으로 순교자에 대해 알고 신심을 고양하고자 기도운동과 순례, 교육에 적극 나서는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우선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와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올해 7월부터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 기원 묵주기도 1억 단 봉헌 운동도 시작했다.
특히 일반 신자들은 물론 주교단과 사제단도 일상 안에서 공동으로 순례에 나서는 모범을 보여 왔다. 지난 9월에는 전국 각 교구 주교들이 한데 모여 합동 도보순례에 나섰으며, 서울과 대구, 대전을 비롯한 각 교구 사제단도 합동 도보순례를 통해 순교신심을 되새기는 노력을 펼쳤다.
아울러 서울대교구는 1831년 조선대목구 설정 이후 처음으로 ‘성지순례길’을 공식 선포, 순교신심을 생활화하고 대사회적으로 한국교회의 순교영성을 알리는데 새로운 디딤돌을 놓았다. 서소문밖네거리 순교성지를 서소문 역사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계획에도 박차가 가해졌다. 또 마산교구는 명례성지 조성에 관한 기본 구상과 건축계획을 발표했으며, 대전교구는 신리성지와 서짓골성지를, 전주교구는 최여겸 순교성지를 새로 조성하고 축복식을 마련했다.
한편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제1회 ‘순교자의 삶과 신앙’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마련하고 한국 고유의 전통과 문화에 뿌리내린 한국적 순교영성의 연구와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순교신심을 되새기는 노력의 하나로 9월 10일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 도보순례에 나선 한국 주교단.
그밖에도
한편 올해 5월에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신임 수도원장으로 박현동 아빠스가 선출돼 수도회 안팎에 기쁨을 전했다.
수원교구가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의 해를 보내며 교구 안팎으로 펼친 복음화 노력과 서울대교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연 사제 전체 모임도 관심을 모았다. 또 레지오 마리애는 한국 도입 60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활성화와 아시아 복음화에 매진할 뜻을 다짐했다.
의정부교구는 2014년 교구 설정 10주년을 앞두고 ‘의정부교구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을 조사, 사목적 현실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새로운 복음화’ 방안을 모색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운동도 지난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가 열린 것을 계기로 새로운 활력을 더했다. 또 세계교회협의회의 모델을 따라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과 직제위원회’로 개편되면서 신학적 대화 뿐 아니라 선교적 과제에도 적극 참여하는 변화가 있었다.